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이라크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은 유엔의 무기사찰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이라크의 약속을
수용했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계획도 취소됐다.

유엔은 철수시켰던 무기사찰단을 15일중 이라크에 다시 들여보낼 계획이다.

걸프만으로 향하던 미군 병력은 이동을 중단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라크 사태는 이로써 일단락됐다.

표면적으로는 이라크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엄청난 병력을 동원하면서 무조건적인 사찰수용을 요구했다.

일체의 타협을 배제하고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겠다는 속내도
거리낌없이 내비쳤다.

결사항전을 외치던 이라크는 꼬리를 내렸다.

미국으로서는 공격행위 없이 이라크의 경거망동을 잠재웠다는 전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라크가 챙긴 실리도 짭짤하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드는데 일단 성공했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지난 91년 걸프전이후 지속돼 왔다.

이라크는 경제제재 해제를 이번 "작전"의 명분으로 삼았다.

계속 조이기만 하고 숨통을 터주지 않으면 자폭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래서 이라크가 국제적 압력에 승복한 대가로 경제제재를 풀어주자는
얘기가 국제사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단치않은 문제들도 많다.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다.

사실 미국은 약이 오를데로 올라있다.

치고 빠지는 후세인에 농락당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 사태도 공격개시 30분전에 사찰수용 의사를 밝혀 미국을 허탈하게
했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원천적으로 새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도 이같은 사태의 반복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사찰수용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사찰단이 원하는 어떤 장소도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화학 및 생물학
무기 생산에 관한 모든 서류들을 제출하며 <>사찰단원들에 행동에 어떤
간섭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완전히 백기를 들 것을 요구한 것이다.

물론 이라크는 미국의 요구를 일축해놓고 있는 상태다.

협상의 주체는 유엔이지 미국이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또 후세인 정권의 전복을 꾀하는 것은 유엔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이라크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후세인 정권의 타도를 노리는 미국과 미국의 견제를 물리치고 중동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후세인간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