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이면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협상에 합의한지 꼭
1년이 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IMF체제 1년을 맞아 그동안의 정책대응에 대한 평가가
한창 진행중이다.

때마침 최근 해외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희망적인 평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IMF는 물론이고 피치IBCA 같은 신용평가기관과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한국경제의 전망를 밝게 보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기채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한국경제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 1년여동안 해외 금융시장에서 기피대상이 돼왔던 상황과 비교하면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국내 일각에서는 "한국의 외환위기는 이제 끝났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 평가대로라면 한국은 정말 1년만에 IMF체제를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기자는 이런 소리를 접하면서 영화 벤허의 첫장면이 주는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벤허의 친구 멧살라가 개선하는 장면이다.

멧살라의 뒤에는 한 노예가 햇볕가리개를 들고 큰 소리를 외치면서 따라
온다.

"너는 신이 아니다".

승리감과 군중의 환호에 들떠있는 개선장군이 지나치게 자아도취되지 않게
하려는 로마시대의 관습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성급한 "외환위기 극복"선언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모처럼 개선된 외부의 평가를 주마가편으로 새겨들어 구조개혁
노력을 더욱 다지는 성숙된 모습이 필요한 때다.

< 임혁 국제부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