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가 아시아를 벗어나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소비심리와 기업투자가 얼어붙고 이에따라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27일 미국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10월중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신뢰지수는 1백17.3(85년=1백)으로 지난 96년12월 이후
22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로써 소비자 경기신뢰지수는 지난 7월이후 4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컨퍼런스 보드의 린 프랑코 이사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러시아와 중남미
등으로 본격 확산된데다 미국 기업들이 잇따라 대량 감원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 심리의 위축에 따라 연중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의 매출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기업들의 투자활동도 위축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최근 "환율 불안정과 주식시장의 동요로 주요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남미 기업들이 신용경색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에따라 중남미의 투자활동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은 수요부진으로 이어져 물가하락 현상을
심화시키고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올들어 지난 9월까지 0.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달러강세에 따라 아시아 등으로부터의 원자재와 삼품 수입가격이
하락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수요감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도 식료품과 맥주, 가정용품 가격이 1년 전보다 떨어졌으며
상업용지의 시세는 지난 92년에 비해 무려 63%나 하락했다.

실업률은 2차대전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가격 인하경쟁을 중단하도록 명령할
정도로 소비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른 아시아국가들은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도 브라질을 필두로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식료품,
의류등 소비재 가격은 물론,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임대료가
하락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정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79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7-9월의 소비자 물가가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멕시코 베네주엘라
등도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와관련,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이 실물부문에 본격적으로
파급돼 소비위축-생산감소-실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경제전략연구소의 그렉 매스텔은 "1년 전만 해도
디플레이션은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였으나 지금은 실질적인 위험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의회에서
"디플레이션 조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9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