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북아일랜드의 존 흄 사회민주노동당(SDLP)
당수와 데이비드 트림블 얼스터연합당(UUP)당수는 아일랜드에 평화를 심은
주역들이다.

이들은 지난 4월 10일 타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의 산파역을 맡았다.

이 협정으로 영국과 북아일랜드는 4백여년에 걸친 반목의 시대를 청산,
평화의 새시대를 열었다.

협정이 체결된 날은 3천2백여명의 희생자를 낸 북아일랜드 신-구교간
피의 분쟁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양보와 타협으로 평화 협정을 이끌어낸 "평화의 전도사"였다.

트림블이 이끄는 UUP는 영국령 존속을 주장하는 신교도측의 최대 정당.

흄의 SDLP는 영국 배척을 외치는 구교도의 대표적인 정당이다.

트림블 당수와 흄 당수는 당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끊질긴 협상을 계속했다.

특히 흄 당수는 당내 반발을 누르고 구교도측의 과격 단체인 심페인당
(아일랜드공화군.IRA)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성공, 아일랜드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들의 평화상 수상에는 "평화협정의 남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북아일랜드는 평화협정 체결로 자치 체제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신페인당의 일부 극우세력들은 무장해제를 거부, 폭력을
행사하는등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다.

흄 당수와 트림블 당수는 노벨상수상을 계기로 자신들의 평화 정착
노력에 더 큰 힘을 얻게 됐다.

두 수상자는 모두 "국제 사회가 아일랜드인의 평화노력에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수상소감을 밝힌 것도 이때문이다.

이번 노벨평화상은 "새로운 영국"을 건설하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도 커다란 선물이다.

그는 "아일랜드 자치"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평화정착의 또다른
공로자였다.

그는 이번 노벨상을 계기로 아일랜드 분할을 문제삼고 있는 국내
정치세력을 누르고 더욱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총리가 노벨상 발표 직후 "그들보다 더 마땅한 후보는 없을
것"이라며 한림원을 치켜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벨파스트 태생의 트림블 당수는 보수성향의 북아일랜드단체의 "전사"로
활약하다 지난 90년 얼스터당에 가입했다.

그는 대부분의 생을 반구교도 항쟁에 바쳤다.

그는 그러나 지난 95년 당수로 선출된후부터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런던데리 출신의 흄 당수는 IRA가 테러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등
구교도측에서도 온건노선을 지켜왔다.

케임브리지대학의 트리니키 칼리지에서 수학한 학자풍 성격이며 지난
68년이후 민권운동에 앞장서왔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