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당하기만 해온 일본이 마침내 대미반격에 나섰다.

반격의 무기는 미국채의 대량 처분.

일본은 지난 9일 하루동안 약 50억달러어치의 미국채를 팔아치웠다.

전체 보유물량의 약 2%나 되는 규모다.

그러자 미국채 시장은 단번에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30년물 미국채(액면가 1천달러) 경우 순식간에
20달러이상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본의 대미반격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시아위기 이후 미국의 엔화매도 공세와 경제개혁 압력에 시달려온 일본이
달러폭락의 호기를 틈타 미국채 대량매각이라는 비수를 미국경제 심장부에
던졌다는 것.

사실 그동안 일본의 미국채 대량매각은 미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돼 왔다.

현재 미국채 발행잔고는 약 3조달러.

이중 2조달러가량은 미국기업과 일반투자자들이 보유중이다.

나머지 1조달러는 해외투자자들의 손에 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미국채 보유국이다.

지난 7월말 현재 해외보유물량중 4분의 1이 넘는 2천6백40억달러치의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마음먹고 미국채를 한꺼번에 대량매각할 경우 미국채 값이
급락, 미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미국채 매각을 통해 일본의 위력이 일단 입증되자 일본의 미국채매각이
지속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점에서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엇갈린다.

일본의 미국채투매가 좀더 이어질 것이라는 측과 일과성 사태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양분돼 있다.

그렇지만 지난 주말과 같은 대량 매각사태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양국의 금융시장여건으로 볼때 그렇다는 것이다.

우선 양국의 국채수익률면에서 일본은 연 1%도 채안되는 반면 미국은
4-5%로 월등히 높다.

도 일본투자자들이 미국채를 팔아 이 매각대금을 본국으로 가져와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은행
금리도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