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외환 규제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아시아위기국 등 개도국들의 외환규제는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고 나아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국제경제전문가와
금융가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내에서도 외환규제를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외환시장규제조치를 발표한
직후 쏟아졌던 국제적인 비난 여론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피터 서더랜드 골드만 삭스 회장은 11일 "개도국들이 취약한 금융시장을
개혁하는데 있어서 "조심스런(careful)" 외환통제를 실시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더랜드 회장은 그러나 "외환통제는 구조개혁을 성공시키기위한 수단으로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규제대상은 단기자금에 국한돼야 하며
일시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환 통제론의 옹호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IMF.IBRD총회에서
"단기외화자금이 국내에 들어올때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을 중앙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칠레방식이 개도국 외환규제의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또 "정부가 단기외채의 이자지급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을 축소해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에 덜 의존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틴 콜하우센 독일 코메르츠방크 회장도 최근 "외환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시장 자체가 통제기능을 잃고 있다"며"이런 상황에서 외환통제는 위기를
진정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12일 유럽연합(EU)재무장관모임에서
"국제투기세력과 헤지펀드들의 활동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위해 범세계적인
금융규제기구를 즉각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외환통제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개도국들에 있어서 외환자유화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여론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반증하듯 아세안국가들 사이에서도 말레이시아의 외환규제를
동조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세안 경제장관들은 지난주 필리핀 마닐라에서 모임을 갖고 말레이시아식
외환규제를 집중 논의했다.

조세 파르도 필리핀 통상장관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취한 조치는 그들의
환경과 조건에 부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난자르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경제장관도 "정부가 단기자본 유입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피다 아지즈 말레이시아 통상장관은 외환규제조치가 자유무역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며 외환규제론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아세아 회원국들은 이번에 논의된 조치들을 추가 연구, 오는 12월
하노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방침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