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1순위로 꼽히던 아시아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경영난으로 "존폐"
기로에 서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일반인들의 가입 취소가 봇물을 이루면서 관련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백지화하거나 보류하는등 통신서비스 업계는 설상가상의 궁지에
몰려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호황기에 빚을 얻어다 투자를 늘려 왔던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채무상환 압력에 허덕이고 있다.

더구나 업체들간에 "무조건 살고보자"는 식의 통신요금 할인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태국 텔레컴아시아(TA)는 아시아 통신업계의 곤경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케이스.

이 회사는 지난 2.4분기중 3천2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가입자들의 잇따른 서비스 해지로 새로 설치한 2백60만회선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회사는 지난해 이동통신분야에 신규진출하느라 10억달러의 빚도 걸머졌다.

주가도 작년초의 5분의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TA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극단적인 감량경영에 나섰다.

전체 직원중 30%를 내보내고 보유 자산도 열심히 처분중이다.

이것도 모자라 사업 파트너와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 한건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2년전만 해도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잘
나갔었다.

수많은 투자희망업체들중에서 미국 나이넥스를 기술제휴업체로 선정하고
태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 CP그룹을 출자파트너로 선택해 국내시장을 넘어
아시아시장에도 진출했다.

발롭 비몰바니크 TA 부사장은 "경기불황을 예상치 못하고 이동통신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한탄한다.

홍콩 등 다른 동남아 통신업체들의 상황도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홍콩 최대 통신업체인 홍콩텔레컴은 최근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1만3천8백여명 직원들의 임금을 10%가량 줄이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유.무선 통신업체들은 공멸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아직까지 쓰러진 업체는 없지만 업계가 생존을 위한 극단적인 요금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일부 후발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의 통신요금 할인율은 30~40%로 가히 출혈수준이다.

아시아 통신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은 "가격인하 경쟁과 감량경영 외에는
뾰족한 탈출구가 없어 상황은 계속 나빠져만 가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하소연하고 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