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증시는 연일 폭락하고 기업도산은 줄을 잇고 있다.

금융업계가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더해 일본경제 최후의
버팀목인 제조업계마저 침몰하는 조짐이다.

금융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붕괴하며 본격적인 디플레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경제의 침몰은 한국과 아시아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보는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2.5%.

경제전망을 보수적으로 내놓는 일본 경제기획청까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1.8%로 수정했다.

2년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는 2차대전후 처음이다.

16조엔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전혀 먹히지 않을 만큼 불황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일본경제가 아시아의 경제위기 극복을 도와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일본은행은 1일 "9월 기업단기경제 관측조사(단관)"를 통해 제조업 경기
실사지수(DI)가 마이너스 51로 사상 두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
했다.

비제조업도 마이너스 36으로 94년 5월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의 DI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마이너스로 사상최악의 상황을 기록
했다.

DI는 경기 체감지수로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상황이 최악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1만3천1백97.12엔으로
2백9.27엔(1.56%)이나 떨어졌다.

12년8개월만의 최저치다.

패닉현상을 몰고올 최후의 방어선인 1만2천대가 바로 눈앞이다.

엔화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이 금리를 내렸는데도 엔화는 달러당 1백36엔대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경제에 금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물경제는 궤멸직전이다.

개인소비 설비투자등 민간수요는 완전히 얼어 붙었다.

은행들은 대출을 계속 회수, 소비와 투자가 사실상 동결상태다.

경제의 심장인 은행쪽도 빈사상태다.

불황과 땅값하락으로 불량채권이 불어나고 주가폭락으로 주식평가손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 19개은행의 보유주식평가손이 9월말 기준으로 3조3천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기업도산으로 부실채권은 눈덩이다.

홋카이도다쿠쇼쿠은행에 이어 야마이치증권, 일본리스 등으로 이어지며
대형금융기관의 도산도 줄을 잇고 있다.

실물경제 위축과 신용 붕괴,다시 실물 위축이 맞물리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와 중남미 러시아 등 세계경제는 위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보루이던 미국마저도 침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아무론 효험을 내지 못한채 30일과 1일 세계주가가 다시
급락한 것도 세계경제 동시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

1일 유럽주가는 전날에 이어 폭락세를 기록했다.

프랑크푸르트 닥스지수가 7.54% 빠졌으며 파리(4.17%) 런던(3.08%) 등
대부분 주요증시가 곤두박질쳤다.

포르투갈 증시는 15% 가까이 폭락,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이어 열린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오전한때 1% 가까이 떨어졌다.

전날 2.94%에 이어 이틀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증시도 하락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 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