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다.

때맞춰 IMF에 대한 개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수상과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총리등이 최근 IMF에 대한
수술의 필요성을 주장한 가운데 현재 IMF를 관리하고 있는 미셸 캉드쉬
총재까지도 IMF에 문제가 있다는 글을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하고 나왔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IMF개혁 대세론에 대한 한국의 대응전략이다.

우리는 IMF에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마치 IMF가 우리경제를 망쳐놓은 장본인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다.

실업 부도 자산디플레등 모든 것이 IMF의 족쇄 때문에 빚어졌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IMF개혁론이 마치 한국을 못살게 군 IMF를 야단치는 소리로 들리는
착각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IMF가 개혁되면 한국에도 무슨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환상도 갖고 있다.

그러나 IMF개혁론의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런 인식이 얼마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선진국 지도자들이 IMF개혁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IMF가 오히려 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러시아 그리고 중남미개도국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1백80억달러에 달하는 IMF출자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IMF가 국제적 "공짜점심(free lunch)"과 "무임승차(free riding)"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의회의 입장은 특히 강경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한국도 공짜점심을 챙기려는 행렬에 끼어있는
"반갑지 않은 손님"에 불과하다.

때때로 한국은 IMF프로그램의 모범사례 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그것은
궁지에 몰린 IMF관리들이 내세울 게 없어서 내뱉는 정치외교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국도 요주의 국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온당한
평가다.

결국 IMF의 개혁방향은 뻔하다.

IMF개혁론의 본질은 IMF라는 간판에 "공짜점심손님 사절"이라는 팻말을
덧붙이자는 것이다.

IMF 자금창구의 출입자격 요건을 대폭강화해 아무나 들어 올 수 없게
제한하자는 뜻이다.

IMF를 신사국가들만 드나들 수 있는 세계중앙은행 으로 탈바꿈시키자는
얘기다.

이를위해 우선 각 개별국가는 경제 산업 기업 전반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며 국제규범에 맞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고 이를 지킬
의사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IMF로부터 빌려간 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한 IMF는 더이상 구세주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IMF로 하여금 "양떼(herd)현상"을 중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IMF개혁론의 또다른 본질이다.

양떼현상은 한 은행이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모든
예금주들이 양떼처럼 일시에 은행창구로 몰려들어 공황심리를 야기하고
이로인해 경제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밀이다.

외환위기국가중 몇몇 국가의 경우,특히 한국의 경우 이같은 양떼현상의
피해자일 수 있다.

IMF는 한나라가 바로 이같은 양떼현상의 희생물이 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만 나서야 한다는 것이 IMF개혁론의 또다른 줄기다.

지금처럼 일이 터지고 나서 챙기는 "사후적" IMF가 아니라 미리 사태를
막아주는 "사전적" IM"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결국 IMF 개혁론은 결과가 어찌되든 한국에 이로울 것은 별로 없다.

장기적으로 한국이 국제신사국으로 탈바꿈하지 않는 한 "반갑지 않은
손님"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IMF 개혁론"은 또 다른 형태의 "한국 개혁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