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업계가 세계금융시장의 또다른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로 막대한 해외투자손실을 입은 헤지펀드들이 손실보전을
위해 주식과 채권을 대거 처분, 세계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으로
걱정되기 때문이다.

또 헤지펀드업계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은행과 증권업계의 경영도 덩달아
악화돼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헤지펀드가 세계금융불안의 뇌관이 될 수있다는 얘기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중 하나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사건으로 불거져 나왔다.

순자산의 52%나 되는 25억달러의 투자손실을 입은 롱텀은 부도직전에
구미금융업체들로부터 35달러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아 가까스로 도산위기를
넘겼다.

문제는 롱텀같은 헤지펀드가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는 데 있다.

헤지펀드들은 최근 신흥시장에서 약 9백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조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헤지펀드업계의 총투자액중 거의 10%에
달한다.

헤지펀드업계는 현재 수백억달러치의 미국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헤지펀드업체들이 투자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미국주식과
채권을 대거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이경우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세계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헤지펀드업계의 투자손실이 일반투자은행과 증권회사들의 경영상태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자극시킨다.

구미의 투자은행과 증권회사들은 대부분 헤지펀드업계의 지분
참여자들이다.

실례로 스위스 UBS은행은 롱텀 지분중 7억1천만달러를 갖고 있다.

따라서 UBS는 이 지분을 모두 손실로 떨어버려야 할 처지다.

헤지펀드의 파산은 곧 은행과 증권회사의 손실인 셈이다.

이런 연유로 롱텀의 손실이 밝혀진 24일 미국의 금융업체 주식들이
대폭락했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주가가 7.2% 떨어진 것을 비롯 대부분의 은행과
증권회사 주식가격이 5-12% 하락했다.

이 탓에 전날 금리인하 기대로 2백47포인트(3.25%)나 치솟았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1백52포인트(1.8%) 떨어졌다.

이어 25일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세계금융업계의 경영악화우려로
4백81.94엔(3.4%)이나 떨어졌다.

아시아주가에도 악영항을 미쳤다.

아시아외환위기의 주범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헤지펀드가 이번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자신이 망하면서 다시한번 세계금융시장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헤지펀드는 국제금융시장의 물귀신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