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휩쓴 외환위기가 중남미 대륙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들
지역의 주가와 통화를 연일 최저치로 끌어내리고 있다.

그중 브라질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며 중남미 환란의 화약고로 등장하고
있다.

10일 중남미 최대증시인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주가지수는 15.82%나
폭락,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8년만의 최대치이다.

이 바람에 이날 증시는 거래가 두차례나 중단됐다.

브라질 증시는 지난 3일과 4일 이틀동안에도 15% 가까이 폭락했었다.

이날 멕시코 주가가 9.82% 빠지는 등 베네수엘라, 페루, 칠레 등의
주가가 일제히 곤드박질 친 것도 부라질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에서 였다.

브라질 증시가 붕괴상태로 내몰리는 것은 공공부분 적자 확대, 레알화
평가절하 가능성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아시아위기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다음이어서 브라질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크게 약화돼 있기도 하다.

브라질의 재정적자와 경상적자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각각 5~7%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올 1.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1.1%로 추락했다.

미국 달러에 사실상 고정돼 있어 그나마 근근히 버티고 있는 레알화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게 됐다.

암시장에서 레알화는 이미 공식환율(달러당 1.1715~1.1815)보다 훨씬
높은 달러당 1.31~1.45레알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방어에 돈이 들어가면서 외환보유고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때맞춰 발표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채권신용등급 하향조정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효과를 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외국인 투자가들의
탈브라질이 가속화되고 있다.

외환시장관계자들은 8월중순이후에만 2백억달러이상이 브라질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당국이 떠나는 달러를 잡기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지난주 금리를 연19%에서 30%로 올리고 8일에도 정부재정 감축조치를
발표했으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사태가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자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브라질
대통령이 선진7개국(G7)의 공동대책을 호소했지만 메아리없는 외침으로
그쳐 브라질을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