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둔화 조짐이 "실리콘밸리"에서도 완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8년간 줄곧 상승세를 보여왔던 이 지역 하이테크 업체들의 주가가
이달초 주가 대폭락을 계기로 한풀 꺽인데다 신규 상장업체 수자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아시아 위기로 매출감소에 시달리는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체들은
본격적인 감원에도 나서고 있다.

그 여파로 이 지역 실업률은 지난 수년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국 "신경제(New Economy)"를 리드하던 실리콘 밸리의 도처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미국 하이테크 분야에 종사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올초 예상했던 수준을 휠씬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하이테크 업종이 몰려있는 나스닥 시장에서는 지난1일 주가
대폭락후 다른 업종 주가가 재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첨단
업종 주가는 더디게 회복됐다.

사실 주가상승이 한계에 왔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되어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아시아 경기침체와 <>반도체 재고증가 <>PC시장의
포화상태 등으로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첨단업체들의 성장세가
꺽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수출액의 50%를 차지하던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기는
이 지역 업체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세계 최대 전자부품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사는 매출감소를 이기지
못해 2천명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해야 할 처지다.

다른 제조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 여파로 실리콘 밸리의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에서는 올초부터 7월까지 약 2만2천8백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으나 이는 작년 같은 기간(5만3천여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지난해 3.1%에서 3.3%로 올라서며 수년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 경제가 이렇다보니 벤처 창업붐도 시들해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시큐리티 데이타사는 올상반기 동안 기업을 공개한
이 지역 컴퓨터, 정보통신 분야 기업수는 불과 30개사로 미국 전역에서와
마찬가지로 하향추세를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중엔 신규 상장사가 39개사에 달했고 지난 96년엔
72개사가 주식을 공개(IPO)했었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동안 실리콘 밸리의 경기가 이상과열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도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역의 도로망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에는 과잉 투자로
연간 35억달러가 낭비되고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평균 주택 가격도 32만달러에 육박, 미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주민들간의
빈부 격차도 날로 심화되는 등 과열 후유증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문제점이 경기 진정으로 다소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논의의 초점은 실리콘 밸리의
경기상황이 미국 경제 전반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만큼 심각해 질
것인지 여부"라고 지적하고 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