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란 과연 무엇인가.

세번째 블랙 먼데이의 악몽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월가 사람들이 요즘
곱씹는 화두다.

미국이 주창한 "글로벌화"가 이게 세계화된 위기로 미국을 엄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중남미를 거쳐 러시아에서 대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여파는 미국증시로 까지 다가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월가 사람들에게 러시아 사태는 "남의 일"이었다.

러시아 경제가 미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경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의 해외 수출시장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한때는 미국과 힘을 겨루는 지구의 맹주였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유럽의 중소국가인 네덜란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막상 러시아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온통 "팔자" 일색이다.

심리상태도 공황에 가깝다.

이유는 분명하다.

아시아 사태가 러시아로 옮아 갔듯이 러시아의 혼돈이 미국에도 짐을 지울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적어도 이제까지 미국인들이 생각해 왔던 "글로벌화"는 그런게 아니었다.

세계경제를 "국경없는 통합체"로 만들어 상생의 번영을 이루자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내건 게 미국식의 "글로벌 스탠더드"였다.

자유변동 환율 시스템과 자유 시장경제,자본.무역의 전면개방 등이 그
요체다.

이같은 자유화-개방화의 도도한 기치는 사회주의 경제를 무너뜨리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곳에는 수십억 인구의 새로운 시장이 미국기업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글로벌화가 신천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동안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화 지수"가 얼마나 높아져 왔는지는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즈 500 지수를 구성하는 5백대 기업들의 매출
비중에서 잘 드러난다.

10년 전에만 해도 25%선에 그쳤던 해외매출 구성비가 작년에는 34%로
높아졌다.

석유회사 엑슨은 총 매출의 88%를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상품의 3분의 2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소화한다.

모토롤라는 해외비중이 60%를 넘는다.

인텔과 다우 케미컬도 매출의 절반이상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미국기업을 해외로 내몰아온 글로벌화는 한편에서 엄청난
재앙을 잉태하고 있었다.

한 구석에서의 위기가 지구촌 전체를 흔들어 버리는 결과를 몰고 온 것이다.

아시아의 신흥발전국가를 비롯해 러시아와 남미등의 "준비 안된" 글로벌화
가 화근이었다.

미국처럼 금융시장에 대한 엄정한 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미국식 개방(글로벌 스탠더드) 시스템을 서둘러 강요한게 문제였다.

위기를 틈타 서방의 투기성 핫머니는 공세를 높였다.

위기를 맞은 국가는 하나같이 최아그이 경제침체를 겪었고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리를 높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 충격파는 미국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글로벌화 역시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음이 분명해
졌다.

각국은 글로벌화의 선도자를 자임해 온 미국이 결자해지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 대한 금리인하 요구도 그 중의 하나다.

글로벌화의 부작용을 해소할 책임도 다시 미국의 손에 쥐어졌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