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총리서리는 4일 의회에서 경제독재및
통화위원회 설립구상을 밝히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이번 조치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공산당 등 자신의 정책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력들에게
미리 쐐기를 박아두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체르노미르딘이 내놓은 정책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앞으로 루블화 공급은 외환보유고에 연동시키겠다는 것.

또 하나는 내년 1월부터 "경제적 독재체제"를 도입, 세금체납기업을 일소
하고 부실기업 경영진을 전면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이중 루블화 공급의 외환보유고 연동방침에는 두가지 메세지가 담겨 있다.

즉, 공산당측이 요구해온 통화공급확대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과 궁극적
으로는 통화위원회제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공산당은 그동안 통화공급을 늘려서라도 밀린 임금 및 연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그래야 러시아 내수가 살아나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서방측은 통화공급확대가 루블화
가치만 더 떨어뜨릴 것이라며 긴축기조를 유지토록 권고해 왔다.

결국 "내수부양이냐 루블화 안정이냐"하는 선택의 문제에서 체르노미르딘은
루블화 안정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와함께 루블화가 안정되면 그 수준에서 환율을 고정시키고 외환수급에
비례해 통화공급을 조절하는 통화위원회제를 시행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경제적 독재체제는 이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인 재정적자 해소를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재정수지가 급속히 악화돼
왔는데 주요인은 탈세의 만연이었다.

이에 체르노미르딘은 "세금을 체납하는 기업의 자산은 국가가 몰수한다"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와함께 세수부진의 또다른 요인인 부실기업에 대해서도 "부도처리 후
경영진 교체"라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체르노미르딘의 이날 발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상황은 당분간
더욱 혼미해질 것이라는게 러시아 내외에서의 관측이다.

우선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러시아 정부가 전면적인 디폴트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관련, 러시아 경제분석연구소의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 소장은 지난
3일 "러시아 정부가 조만간 대외채무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올해 지급해야 할 외채가 총 60억달러인 반면 연말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재정수입은 45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도 한달 전 1백92억달러에서 이날 현재 1백27억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러시아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달러유출이 빚어져 지난 5월 이후
러시아인들에 의해 해외로 불법유출된 돈만도 35억-4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함께 정국불안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르노미르딘의 정책은 공산당측의 요구사항을 전면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
이다.

만약 의회가 체르노미르딘의 총리 인준을 계속 거부하면 옐친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측은 이에맞서 옐친대통령의 탄핵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때문에 "옐친의 반대세력과 지지세력간 유혈충돌의 가능성이 있다"
(이고르세르게예프 국방장관서리)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정국상황이
주목된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