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외환통제 정책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최대 일간지인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4일 "말레이시아의
외환통제 정책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조치"라며 "이 정책은 결국
이웃나라에게 피해만 줄 뿐"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정부관리도 "특정 지도자의 위험한 발상"이라고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를 비난했다.

말레이시아의 고정환율제가 싱가포르 경제를 동반 부실로 몰아갈 것이라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싱가포르 경제는 말레이시아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해외에서 유통되고 있는 링기트화의 80%에 달하는 약 1백90억억링기트화
(50억달러)가 싱가포르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장외시장(CLOB)의 상장 기업중 90%가 말레이시아 기업이다.

CLOB는 지난 3일 무려 13%나 폭락하는등 말레이시아 사태이후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업체들은 다음달 1일이면 종이조각으로 변할 링기트화
자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이다.

문제는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 은행의 링기트화를 모두 달러로 바꿔줄
것이냐는데 있다.

파리바은행 싱가포르지점의 티노친 루는 "말레이시아는 링기트화를
이달안으로 국내로 들여오라고만 했을 뿐 달러 교환여부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대한 불만이 말레이시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시아 인근국들이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싱가포르는 아시아국들을
공략한 투기자본의 근거지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아시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킨 국제투기자본들이 규제가 없는 싱가포르를
무대로 활동해왔다는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분쟁 아닌 분쟁은 그래서 아시아 금융당국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