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가 2일 기습적으로 자국의 페소화 가치 변동폭을 종전의 상하
14%에서 23%로 확대하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이에따라 미국달러화에 대한 페소화의 환율 상한선이 달러당 1천4백43.82
페소에서 1천5백73.75 페소로 높아져 통화가치가 최고 8.26% 절하됐다.

콜롬비아의 이같은 조치로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각국에서 통화가치절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홍콩에서도 홍콩달러 절하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중국도 장쩌민
(강택민)주석이 위안화 절하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그 파장이 아시아로
환류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주중 워싱턴에서 중남미 재무장관들과
긴급회담을 갖기로 하는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콜롬비아 평가절하 배경=경제 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환투기
세력의 공격으로 최근들어 화폐가치가 속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올들어 <>아시아 위기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석유 및
커피가격의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심한 경제침체를 겪어 왔다.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는 각각 GDP(국내총생산)의 6%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기초가 악화되자 지난달부터 환투기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한달새 페소화가치가 7%나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페소화가치 방어에 10억달러를 소진, 외환보유고도
88억달러로 감소했다.

<>남미국가로 번질 가능성=문제는 이같은 "경제펀더멘틀의 악화"가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한결같이 원자재수출 의존도가 높고 산업구조상 아시아
지역과 경쟁관계에 있다.

아시아 위기로 수출에서 이중타격을 받은 것이다.

중남미 국가중 불길이 번져갈 0순위로 점쳐지는 곳은 베네수엘라.

이 나라는 석유가격 하락으로 올해 재정수입이 당초 목표의 50%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말 외환보유고는 1백20억달러로 보름전보다 25억달러나 줄었다.

주가도 최근 한달간 반토막수준으로 떨어졌다.

통화가치 역시 연초보다 15%가량 떨어졌다.

국내 대출이자는 연1백%선까지 접근했다.

브라질도 주가가 지난 한달반 사이에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주가도 지난달초에 비해 반토막이 돼있다.

멕시코 페소화도 달러당 9.93페소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아
있다.

이미 서방 투자가들은 남미자산을 투매하며 발을 빼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국채가격은 발행가격의 56.38%로 2주전보다 26%가량
하락했다.

멕시코 국채가격도 10%정도 떨어진 82%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중남미 경제가 연쇄붕괴될 경우 당장 미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남미는 미국 수출품의 20%를 소화하는 시장으로 아시아(14%)보다
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경제를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미셀 캉드쉬 IMF총재와 중남미국가 재무장관들이 금주중 갖기로한 회담에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이 참석키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