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이 바래지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 소동이 빚어지거나 국제정치가 혼란해 지면 금값은
뛰는 게 상례.

하지만 요즘은 "세계적 금융공황"의 우려가 생길 정도로 금융시장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데도 급값은 여전히 약세다.

경제위기를 기화로 금 생산국들이 금을 쏟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때문에 금값은 내리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값은 지난 28일 뉴욕 런던 등 국제 귀금속시장에서 12월물이 한때
트로이온스당 2백70.75달러까지 떨어져 1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일 약간 회복하긴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 줄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라는
과거 이미지는 많이 퇴색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불안해지면 항상 강세를 유지해왔던 금값이 이처럼 맥없이
무너진 것은 무엇보다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공급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달러 확보를 위해 금을 대량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어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주 보유금을 담보로 달러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시중은행들은 지난주에만 이미 20t가량의 금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지속될 경우 러시아의 시중은행은 물론
중앙은행도 금매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캐나다 등 주요 금생산국이 최근 자국통화의 약세를 틈타 경쟁적으로
금매각에 나선 것도 가격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호주는 연간 금생산량이 2백70~2백80t으로 남아공(4백80t)과 북미(3백t)에
이어 세계3위 금 생산국.

미국달러에 대한 호주달러가치가 83년이후 1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자 금생산업자들이 환차익을 노려 금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시장 관계자는 호주의 금생산업자들이 지난주에만 20t가량의 금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증권의 조지 게로 수석부사장은 "이번 러시아위기로 금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이제 금도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하나의 상품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한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