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위기 해법을 놓고 미국과 일본간에 공방전이 한창이다.

미국은 일본이 국제금융시장 혼란의 시발점이라며 일본을 몰아부치고 있다.

일본이 빨리 경기를 살리라는 것이다.

결자해지론이다.

이에대해 일본정부는 미주가폭락에 따른 세계금융시장의 혼란심화는
미국탓이라며 미국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금리를 내려 위기해결에 발벗고 나서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공방전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중립적이다.

따지고 보면 두 나라의 책임이 "오십보백보"라며 공동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은 은행개혁과 재정확대정책을 쓰고
미국도 금리를 내리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세계금융대란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공격하는 미국 쪽의 대표주자는 로버트 루빈 재무부장관.

그는 미국 주가가 폭락한 이튿날인 1일 재무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일본의 장기불황이 악화일로에 있는 세계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목청을 돋우었다.

그리고는 일본의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금융개혁만이 세계경제위기의
수레바퀴를 멈출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주가폭락과 그에따른 국제금융시장 혼란으로
미국에 집중될 국제사회의 비난을 미리 막자는 심산도 없지않아 보인다.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FRB)의장도 일본의 경제개혁이 지지부진해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미국주가 폭락한 직후 루빈장관과 가진 긴급전화회의에서
도 일본의 경제개혁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국제금융위기가 해소될수 있다고
말했었다.

일본정부도 반격에 나섰다.

미국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그 여파로 세계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때는 지금이다"며 미국책임론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미국의 개혁요구에 일방적으로 당해오기만 했다.

그러나 미국주가가 폭락하고 그 여파로 세계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고대하던 대응논리를 찾았다.

미국이 해외금융시장 동향을 무시한채 물가안정만을 위해 고금리정책을
고수하는 바람에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금리부터 먼저 내린 후 일본에 주문할 게 있으면 하라는
게 일본의 반론이다.

일본정부는 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일 재무장관회담에서
미국에 금리인하를 공식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미국증시가 회복되고 세계금융시장도 덩달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금리가 떨어지면 국제자금의 미국집중이 덜해져 세계의 신용경색
현상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