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황이 공황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클린턴은 방문기간중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2차례의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보드카 쇼크" 즉, 러시아의 경제
위기다.

하지만 속시원한 해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쪽의 사정과 미국 등 서방측의 입장에 큰 시각차가 적지 않다.

옐친쪽은 위기극복을 위해 미국 등 서방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클린턴측은 지원에 앞서 "시장경제체제로의 지속적인 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미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인 진 스펄링은 지난 28일 백악관 브리핑
에서 "러시아 사태의 해결에 개혁외의 지름길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개혁의 내용에 대해서는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이 설명을 달았다.

<>재정적자 축소 <>금융시스템 안정화 <>사유재산권에 기초한 시장경제
체제의 확립 등이 그 골자다.

서머스는 특히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을 기대하기에 앞서 개혁을 가속화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의 2백26억달러 지원금
약속도 재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IMF와 다른 서방 국가들도 미국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28일 "러시아가 루블화 추가발행과 물가, 무역,
외환정책에 대한 국가통제를 다시 실시한다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또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체르노미르딘에게 "러시아가
국제금융지원을 받고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IMF가
제시한 개혁정책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처럼 서방측이 일제히 러시아에 대해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유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최근 러시아내에서 "사회주의 통제경제체제"로 회귀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서방측은 특히 지난 7월 IMF의 러시아 패키지 협상때 중심역할을 했던
아나톨리 추바이스와 넴초프 등 개혁파가 최근 실시된 개각에서 해임된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가 "개혁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서방측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이와함께 옐친의 사임설 등 러시아의 정정이 불안한 점도 서방측 입장을
강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클린턴의 러시아 방문건 만해도 백악관내에서는 막판까지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뉴욕 타임스지는 미국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 "미국 정부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사임을 전제로 한 새로운 대러시아 장기외교 정책을
수립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클린턴과 옐친의 만남에서 러시아 사태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정상회담이 취소되지 않고 예정대로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는 있을 것"(샌디 버거 미국가안보고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백악관측이 정상회담 강행을 발표한 28일에는 러시아 주가가 5.6%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분위기가 호전되기도 했다.

한편 옐친과 야당측이 권력 공유에 합의하는 등 러시아 정정은 나름대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의회는 30일 정치불안과 금융위기해소를 위한 정치타협안에
합의, 일말의 사태진정기대감을 낳았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