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상황은 이미 "공황"이다.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혈안이고 노조는 옐친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준비중이다.

또 암달러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은행에선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금고가 바닥난 은행들의 도산이 시작됐고 살아남은 은행들도
"합종연횡"에서 생존의 마지막 기회를 찾고 있다.

여기다 정국마저 극도로 혼미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출 러시"도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크게 동요하고 있는 층은 역시 시민들이다.

이들은 지난 92-94년중 물가가 매년 3백-2천5백%씩 치솟았던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악몽을 되살리며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임금체불로 월급을 못받고 있는 근로자들의 경우 그나마 얼마남지
않은 돈으로 생필품보다는 달러화를 사두려도 더 안간힘이다.

26일에 이어 이날도 은행간 외환거래는 전면 중단됐다.

암달러 시장에서는 공식환율(8.4루블/달러)보다 훨씬 높은 달러당 13루블에
거래가 이루어져 정부가 올 연말까지 방어선으로 잡았던 달러당 9.5루블선을
훨씬 넘어섰다.

이 와중에 노조도 들먹거리고 있다.

러시아 독립노조연합회는 곧 대통령선거 조기실시를 요구하는 전국 규모의
시위를 선언해 놓고 있다.

은행들도 연명을 위해 필사적으로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25일 오넥심, 메나텝, 모스트 등 3개 은행이 합병키로 한데 이어 27일에는
인콤-내셔널리저브 은행과 아프토-알파-메즈콤 은행 등 2개 그룹이 새로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민첩한 쪽은 헤지펀드들.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투자비중을 이미 3주전에 30%에서 5%대로
떨어뜨렸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