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개혁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미국과 독일등 G7들은 일제히 "조속한 개혁이 지원의 전제조건"(스트라스
칸 프랑스 재무장관)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개혁의 실체가 불투명하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

지난 7월1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2백26억달러의 지원을 결정할 당시
확정된 개혁안은 이미 실현이 불가능해 진 상태다.

따라서 러 정부는 개혁 프로그램의 골격 전체를 새로 짜지 안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내용과 방향은 여전히 중구난방식이다.

러시아 경제는 아직 구시대적 특성을 온존시키고 있기 때문에 어떤
개혁조치가 되든 이 조치가 의도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실제 지난 17일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러시아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과는 오히려
거꾸로 나타나고 말았다.

루블화는 안정되기는 커녕 걷잡을 수 없는 폭락사태를 빗었고 외채
문제도 국가부도 지경으로 악화됐다.

IMF의 주문도 "정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27일 깡드쉬 IMF총재와 회동한 직후 "깡드쉬 총재가
"이번 사태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며 기자들에게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실제로 IMF측도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IMF는 그동안 재정적자를 GDP의 7%에서 올해 연말엔 5.6%로, 내년에는
2.8%까지 낮추라고 러서아 정부에 요구해왔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약 67억달러 정도 줄이고 대신 조세수입을
약 30억달러 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실현성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조세수입을 늘리는 이런 개혁방안들은 이미 러시아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딛쳐 입법 자체도 어려워져 있다.

의회는 더욱이 28일 독자적인 경제개혁안을 작성해 정부측에 제안하는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가 제안한 개혁안이란 것이 대부분 소비에트식 경제구조로의
회귀를 골격으로 하고 있어 국제사회에는 오히려 충격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의회가 요구하는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국유화 조치 확대, 통화공급 확대, 외환시장 통제, 수출입 관리등이
외회 쪽의 요구다.

국내적으로는 공산당에 장악되어 있는 의회와의 갈등을 치르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엄청난 희생이 따르는 급진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말그대로 샌드위치가 돼있다.

옐친 대통령의 지위약화는 이런 상황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만일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보수파와 연립내각을 구성하게 된다면 러시아
개혁방안은 서방세계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게 될 것이
분명하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