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 통화위기의 전조가 드리우고 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통화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철수도 줄을 잇는다.

아시아나 러시아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국제 금융계에선 이미 다음번 금융위기가 발발할 0순위로 지목된지 오래다.

베네수엘라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올들어 60%가까이 주저앉았다.

중남미 국가중 최악의 장세다.

작년말 달러당 5백근방에 머물던 볼리바르화 가치는 이젠 6백대를 눈앞에
두고있다.

14%이상 절하된 수준이다.

외환보유고도 1백80억달러에서 1백45억달러로 줄었다.

이중 절반이상이 지난 2개월간 통화방어를 위해 풀렸다.

이 와중에 공공연히 퍼지고 있는 평가절하설은 금융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평가절하설이 돌면서 기업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달러 확보에 혈안이
됐다.

주가가 연이틀 10%가량 빠진 21일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무려 1억5천만달러가
환전됐다.

시중 한 은행 관계자는 이날 "예금주들이 평소 수준의 5배가 넘는
1백50만달러어치의 예금을 빼내 달러로 바꿔갔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베네수엘라의 금융불안은 최근 러시아 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아시아 환란이후 개도국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러시아 사태로 위기감이 급속히 증폭된 것.

재정 또한 악화일로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베네수엘라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올해
수입확보에 50억달러이상 구멍이 뚫렸다.

외자유치를 위해 13.5%에 이르는 고금리 국채발행을 남발하는 등의 무리한
채무연장도 위기의 주범으로 꼽힌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평가절하설을 거듭 일축해가며 동요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페트코프 베네수엘라 기획청 장관은 "지난 1월부터 평가절하 루머가
여러차례 나돌았다"며 "결코 평가 절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대해 BT알렉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게이는 "루블화 절하
직전까지도 대통령이 나서서 평가절하가 없다고 장담했다"며 "적어도 한달
이내에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측과 재정지출 삭감, 볼리바르화
의 평가절하 등의 방안을 놓고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환율변동폭 인상 세수증대 외자도입 상한선 폐지 등 경제난 타개를
위한 특별 대책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11월 선거를 앞둔 터라 정치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다는게 문제다.

ING베어링 뉴욕지점의 남미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헨리는 "베네수엘라
가 평가절하를 감행할 경우 중남미 지역에서도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연쇄적
인 평가절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베네수엘라의 위기조짐은 브라질 멕시코 등 주변국의 주가를 끌어
내리기 시작했다.

중남미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은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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