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경제가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아시아 환란의 영향으로 그렇지않아도 흐려져 있던 기상도에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중남미 각국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에서는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통화 평가절하설이 난무
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20일 중남미 주식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의 IBC지수가 9.5%나 폭락한
것을 비롯, 브라질(6.3%), 아르헨티나(6.1%), 멕시코(2.9%), 칠레(2.5%),
페루(1.9%) 등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한 것은 올들어 아시아 환란으로 위축돼온 이 지역
경제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또 한차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화 평가절하설까지 유포돼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는 모습을 보였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6%선의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올해는 아시아 환란,
유가하락 등 경제환경의 변화로 주가가 작년의 40% 이하로 주저앉는 등
경기가 급격히 침체돼왔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측과 재정지출 삭감,
볼리바르화의 평가절하 등의 방안을 놓고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테오도로 페트코프 베네수엘라 기획청 장관은 "환율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제금융계에서는 베네수엘라가 평가절하를 감행할 경우 중남미
지역에서도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연쇄적인 평가절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 18일에
하루에만 9억6천만달러가 해외로 순유출되는 등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있다.

이에대해 브라질 중앙은행측은 "아직 외환보유고가 7백억달러에 달해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관계자들은 올해 브라질의 경제성장율이 1%선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는 등 경제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외자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 이상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한 멕시코도 최근 미국 경제의
경기둔화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멕시코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돼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밖에 칠레도 지난 80년대말 이후 계속 증가해온 외국인 투자가
올 상반기에는 6.7%의 감소세로 돌아서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칠레는 90년대 들어 중남미 국가중 가장 건실한 성장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중남미 경제 전체에 먹구름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