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사태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외채상환유예)과 루블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한 첫날
(17일)에만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을 뿐이다.

이후 18일과 19일에는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 예상외다.

가장 우려돼던 엔화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오르고 있다.

다른 동남아통화들도 잠깐 떨어지다가 이내 회복중이다.

중남미와 동유럽주가와 통화들도 사태 첫날 급락한후 안정국면으로
돌아섰다.

서유럽주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증시는 러시아사태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난 17,18일 이틀 연속 뉴욕주가는 약 1.7%씩 올랐다.

오히려 호재로 보는 듯 하다.

러시아금융시장만 혼란상태에 빠져있다.

러시아쇼크가 "하루살이"로 끝나는 조짐을 보이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자신감마저 생기고 있다.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돼도 그리 겁낼 게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각국 통화의 평가절하 도미노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움트고 있다.

샐러먼 스미스바니증권의 증시분석가 존 맨리는 "아시아통화들은 이미
지나치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위안화가 절하돼도 아시아통화의 제2차
추락사태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간적인 충격으로 한두차례 폭락하겠지만 곧 안정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뜻밖의 러시아쇼크를 두갈래로 해석한다.

하나는 시장을 뒤덮어온 "불확실성의 먹구름" 하나가 제거됐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사태가 터진후 각국의 손실을 계산해보니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독일 드레스너은행의 임란 자파르 신용분석가는 러시아가 막상 최악의
조치를 취하자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온 러시아불확실성이 사라져 금융시장이
투명해졌다고 설명한다.

러시아사태로 인한 국제사회의 손실도 대단하지 않다.

러시아의 최대 채권국으로 5백억달러이상의 거액을 빌려준 독일조차
직접적인 손실이 2-3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는등 영향은 의외로 작다.

그렇다고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러시아에 물린 해외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자금을 빼낼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게 투자기관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아시아는 다시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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