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구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러시아 정부의 단기성 국채에 대한 모라토리엄은 어떤 면에서는 이미 예견
됐던 상황이라고 할수 있다.

러시아의 빈약한 외환보유고로는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국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과 3주전에 IMF의 긴급자금지원이 결정되고 48억달러의 자금이 수혈
됐지만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1백70억달러에 불과하다.

물론 러시아가 외채협상을 통해 장기 외채의 대부분을 2002년 이후
상환키로 했고, 외채이자 부담도 연 7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은 긍정적
이다.

문제는 단기성 부채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단기국채를 포함한 러시아의 단기성 부채규모가
3백8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외환보유고의 2배가 넘는 단기부채를 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러시아 사태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은 동요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으며, 주요국 통화가치도 약세를 보였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발표한 직후 독일 증시는 3% 가까이 추락했으며,
프랑스 및 영국 증시도 1% 이상의 하락률을 보였다.

특히 서방은행들은 러시아에 7백22억 달러를 빌려준 상태이므로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계은행들은 러시아에 대해 대출 뿐 아니라 단기국채
투자에도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심각성이 더할 전망이다.

독일은행들의 러시아 대출총액은 3백5억달러로, 2위인 미국의 71억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루블화가 큰폭으로 평가절하되면 차입자들은 달러나 마르크화로 빌린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서방 은행으로서는 부실채권이
발생할 소지가 높아진다.

이 경우 그동안 한국의 대출연장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여 왔던 서방계
은행들의 태도가 변할 수도 있다.

이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앞당겨 여신을 회수할 경우 우리 정부가 입을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금융기관들도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러시아 단기국채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일단 90일간 지불이 중지되므로 해당기간중 이자비용 손실이 예상되고,
사태추이에 따라 원금 회수 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금번 조치가 투기꾼들에게 불리한 반면 러시아국내
생산업자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렇지만 키리엔코 내각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러시아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의 신뢰를 잃고 내부적으로도 평가절하로 인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사태를 전망하는데 있어 러시아 자체의 사태해결 능력보다 국제
사회의 지원 여부를 봐야 할 것이다.

현재의 러시아 경제 체질을 가지고 스스로 사태를 헤쳐 나갈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일부 모라토리엄 사태를 얼마만큼 심각하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IMF의 자금여력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지만 국제여론을 선도하여 러시아에
대해 다각도의 금융지원책을 모색한다면 사태는 극도로 악화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