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가 러시아금융위기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은행들이 갚아야 할 빚이 이번 주에만 13억달러나 몰려 있기 때문
이다.

돈을 갚지 못한채 금융시장의 혼돈이 지속되면 러시아의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서방의 자금지원이나 지원약속이 있으면 안정될 수도 있다.

금주 첫날인 17일 러시아은행들에 돌아오는 만기 선물환이 3억달러다.

또 주중에 러시아은행들끼리 서로 갚아야 할 채무액이 10억달러다.

문제는 러시아은행들이 이 돈을 갚을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미 러시아의 은행 시스템은 거의 마비상태다.

은행들은 자금이 말라 버렸고 일부 은행은 부도 직전에 몰려 있다.

지난 14일에는 주요 은행중 하나인 임페리얼은행이 자금부족으로 영업을
하루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은행간 자금거래도 거의 올스톱 상태다.

은행들이 상대방을 믿지 못해 단기 긴급자금을 융통해 주지 않고 있는게
벌써 1주일이 다 돼간다.

급기야 지난주 시중은행인 토코은행이 만기 도래한 6천만달러의 은행
신디케이트론을 갚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은행들이 과연 이번주에 이 많은 돈을 제대로 상환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러시아은행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보유중인 러시아정부의 단기국채를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정부는 이 국채를 소화해 줘야 한다.

그런데 국채 대부분이 달러표시채여서 러시아정부가 국채를 사들이려면
외환보유고를 풀어야 한다.

외환보유고는 현재 1백70억달러로 위험수위다.

이 상황에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 러시아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는 더 떨어지게 된다.

그에 따른 결과는 러시아주가와 루블화의 연속적인 폭락이다.

이번 주가 러시아금융위기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선진 7개국(G7)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러시아위기 해소방안을 긴급
논의한 것도 이같이 절박한 러시아위기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가 최근 두차례나 비상대책회의를 소집, 러시아 경제문제를 다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4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옐친 러시아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지원을 다짐했고 옐친대통령은 부랴부랴 루블화 평가절하설을 일축
하는 등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함을 쏟고 있다.

러시아경제분석가들은 G7이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해 주든가 서방채권단이
러시아의 고금리 단기외채를 저리의 장기채로 전환해 주어야 위기를 넘길수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도 의회에 계류중인 재정개혁법안을 조기에 통과시키는 등 자체적인
개혁노력을 가시화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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