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0일 IMF의 긴급 자금지원이 시작된 이후에도 악화일로다.

미국도 바빠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12일 주요 정부인사들과 긴급회동을 갖고 러시아 사태를
논의하는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루블화 평가절하 불가피설"이 파다하다.

만일 러시아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그 파장은 동유럽과 독일을 거쳐
유럽전제로 확산되고 남미 개도국과 아시아에도 일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전대륙에 종말론적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위기의 원인=러시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 0.5%에 그칠 정도로 취약한 상태였다.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경제는 늘 불안했다.

여기에 작년 10월 이후 아시아위기의 여파가 몰아쳤다.

올들어서는 1.4분기의 수출이 16%나 위축됐다.

러시아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원자재 특히 석유가격 하락 등이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러시아는 재정적자 규모도 GDP의 7%를 넘는다.

금리상승등으로 정부채권 발행이 3주째 봉쇄되고 있는 점은 악순환의
징조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외채지불중단을 감행한 것도 러시아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동유럽이 문제다=CIS(독립국가연합)무역에서 러시아 비중은 75%에
이른다.

러시아의 경제위기는 바로 CIS의 위기라는 말이다.

동유럽 역시 러시아 영향권에 들어있다.

지난해 체코와 불가리아는 런던클럽과 외채 리스케듈링(상환일정 조정)을
하는등 이미 외환위기에 빠진 경험이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가 금융위기에 빠질 경우 폴란드 우크라이나
슬로바키아등 광범한 지역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에 미칠 파장=러시아가 위험해질 경우 곧장 독일이 곤경을 겪게
된다.

독일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해왔던 것과 같은 역할을 러시아및 동유럽에서
맡아왔다.

마치 일본이 아시아거품을 확산시켜왔듯이 독일도 직접투자와 은행대출을
통해 러시아를 지탱시켜 왔다.

따라서 러시아가 무너질 경우 독일은행들은 거대한 부실채권을 끌어안을
수 밖에 없다.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채권은 7월말 현재 5백1억달러.

이는 러시아의 총외채 1천2백30억달러의 40%가 넘는 것이다.

12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융기관들의 달러 매입을 금지시키자 즉각
일부 독일계 은행들의 부실풍문이 나돈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13일 독일 마르크가 달러당 1.7910마르크를 기록할 정도로 약세로
돌아선 것도 러시아 때문이다.

독일의 상황이 저 지않아지면 유럽전역이 악영항을 받게 된다.

독일 마르크는 사실상 유럽의 기축통화다.

독일마르크가 영향을 받게 되면 이탈리아 스페인등 유럽주변부 국가들이
위협받는다.

현재 이들은 "유러"를 출범시키기 위해 인플레율을 2.5%로 억제시키는
등 힘겨운 조건을 지켜내고 있다.

만일 마르크 약세가 위험한 수준까지 갈 경우 유러화 도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남미및 아시아도 영향권=러시아가 붕괴될 경우 러시아와 깊은
경제관계를 갖고 있는 남미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된다.

남미는 이미 국제원자재가격 하락과 아시아위기의 영향등으로 크게
위축돼 있다.

또 가뜩이나 취약한 엔화하락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절하압력에 시달리는 중국 위안(원)화도 방어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 제2의 위기가 오는 것은 불문가지다.

<>미국의 입장=미국은 지난달 러시아 외채 위기가 발생하면서 후협상
선지원 형식으로 신속하게 IMF자금 226억달러를 약속했고 이중 48억달러를
이미 지원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는 공산당등 야당에 장악되어 있는 듀마(하원)가
세제개혁법안에 대해 심사마저 거부하는등 대결국면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내달초 러시아를 방문해 어떤 지원계획을 내놓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