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는 홍콩달러화의 페그(peg)시스템은 일종의
변형된 고정환율제다.

통화보드제라고도 한다.

인도네시아가 도입을 시도했다가 IMF의 반대로 포기했던 바로 그 제도다.

이 제도는 달러 등 기축통화에 대한 자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해 이를
고시한 다음 이 환율로 무한정 교환을 약속하는 제도다.

홍콩은 홍콩달러의 가치를 기축통화인 미국달러에 고정(페깅: pegging)시켜
놓고 있다.

현재 달러당 7.78홍콩달러로 고정되어 있다.

지난 83년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물론 페그제하에서도 시장상황에 따라 미세한 등락은 허용된다.

달러 아닌 다른 외화에 대해서는 달러가치를 반영해 결정한다.

예를들어 달러에 대한 마르크 가치가 변하면 그만큼 마르크와 홍콩달러의
가치도 조정된다.

페그제는 원래 19세기 영국 식민지들에 적용되었던 것이었지만 최근들어
아르헨티나 등 도입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페그제는 그대신 국내 금리정책을 외환사정에 연동시켜 놓고 있어 통화당국
이 외화를 사들인 만큼 자동적으로 금리를 인상시키게 된다.

이날 홍콩당국이 콜금리를 끌어올린 것도 홍콩달러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페그제가 환투기에는 아주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태국등 통화위기에 빠졌던 나라들이 모두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