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폭동사태 이후 한동안 잠잠해졌던 화교들의 인도네시아 탈출
현상이 지난주부터 재연되고 있다.

이번에는 하비비 대통령이 "화교 불필요론"을 제기한 것이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22일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의 화교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도들인 토착 주민들의 잇단 폭력과 방화를 피해 지난부부터 다시
인도네시아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제2 도시인 수라바야의 경우 지난주에만 약 3백여명의 화교가
홍콩 호주 등으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자카르타 발릭파판 등 주요 도시의 화교들도 해외 탈출을 위해
공항 및 항구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화교 탈출 현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경제상황이 계속 악화돼 토착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데다 최근 하비비 대통령이 "화교 불필요론"을 제기한
것이 불을 지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하비비대통령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인도네시아
경제는 화교들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에서는 화교들에 대한 공공연한
폭행과 방화가 잇따라 자카르타의 경우 지난주말 화교 1백68명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화교는 전체 인구의 3%선에 불과지만 상장기업의 70~80%가
화교자본으로 운영되는등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화교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전문가들은 "5월 폭동이 가라앉으면서 되돌아왔던
화교들조차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은 인도네시아의
경제기반을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