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하시모토"에 대한 금융시장과 정치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동남아 금융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일본총리가 강도높은 경기회복책을 펼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치권은 악재로 취급한다.

일본의 정국혼란을 염려하는 눈치다.

이런 가운데 일단 엔화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14일 도쿄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백41엔선에서 움직였다.

전날보다 1엔이상 회복됐다.

루피아 링기트 바트 싱가포르달러화등 동남아통화들과 주가들도 일제히
오름세로 보였다.

후임총리가 하시모토보다는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재팬의 모리쿠니 야스히사 부사장은 후임총리가
누가 되든 하시모토의 미적지근한 개혁노선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남아정치권의 견해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일본정부가 개혁노선을 새로 짜면서 정국이 혼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제개혁정책이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는 인식이다.

추안 릭파이 태국총리는 일본의 총리교체로 각종 경기부양조치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교은행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한다는 하시모토총리의 정책이
흔들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도밍고 시아손 필리핀외무장관도 하시모토의 사퇴로 일본개혁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쪽에서도 하시모토의 사퇴가 일본의 경제개혁속도를 늦추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시장과 정치권의 반응이 다른 것은 일본앞에 놓여있는 과제들이 하나같이
만만찮은데다 사안마다 여야간에 견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처리에서는 집권자민당은 13조엔의 공공자금을 투입, 가교은행에
대준다는 방침이다.

이에대해 민주당과 공산당등 야당들은 공공자금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영구감세에선 자민당이 4조엔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6조엔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히시모토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재정구조개혁은 집행이 보류되거나
취소되야 할 판이다.

이과정에서 여야간에 상당한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정국을 쳐다보는 심정은 정작 일본 자체보다 아시아 다른나라가
더 조급하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