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독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G7(선진7개국)이 엔저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만이
"피같은" 달러를 쏟아 부으며 엔하락 저지에 나서고 있다.

위안(원)화방어를 위한 고육지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

뉴욕외환시장 딜러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최근 미국국채를
대량으로 팔기 시작했으며 여기서 조달한 자금을 엔화매입에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엔을 얼마나 사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딜러들은 당사자인 일본과 미국이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
으로 중국은 "대단히" 적극적으로 엔화방어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다른 선진국에 대해서도 엔화방어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보다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리 짜오싱 주미 중국대사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의 이익을 위해 중국은
위안화방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G7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시장에 개입할 만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G7측의 성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엔하락 방어와 동시에 위안화 자체에 대해서도 시장개입에
들어갔다.

상하이(상해) 외환시장 딜러들은 인민은행이 달러당 8.28위안을 지키기
위해 지난 주에 이미 두차례 시장개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달러당 8.2800위안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8.2800위안에 근접할
때마다 위안화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중국이 위안화 매입에 얼마를 쏟아부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딜러들은 지난주말에만 최소한 수억달러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덕분에 지난 12일 위안화는 달러당 8.2794~8.2800위안 사이에서 오락가락
했다.

이처럼 중국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은 엔화하락이 지속될 경우 곧바로
위안화가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위안화가 공격을 받을 경우 그 파장은 엔화폭락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청날 것이라는게 국제금융가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을 달러당 1백50엔선(론 베버쿠어
메릴린치 재팬 이코노미스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화가 지금의 속도로 "자유낙하"할 경우 달러당 1백50엔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응을 해야 한다는게 중국의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미국국채를 매각하는 것을 미국의 시장개입을 촉구하는
일종의 "시위"라고 보기도 한다.

미국국채 매각으로 미국금리가 오르면 미국도 다급해져 시장개입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금융가는 배경이야 어쨌든 중국이 이번의 고독한 전투에서 이렇다할
큰 전과를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혼자만의 힘으로 추락하는 엔화를 막아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