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채권값도 폭락하고 있다.

통화가치도 추락중이다.

경상적자가 불어나고 중앙은행의 외환창고는 급속히 비어가고 있다.

곳곳에서 "위험경보"가 울리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언론들은 "다음번 금융위기가 터질 곳은 러시아"
라고 공공연하게 예고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 1주일간 모스크바 주식시장에서는 연일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투자자들은 장이 열리기 무섭게 주식을 팔아치웠고 대표 주가지수인
RTS지수는 하루에 10%이상 주저앉기 예사였다.

러시아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의 매일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달러당 6루블선에서 움직이던 루블화는 며칠만에 6.2루블대로 추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자이탈을 막기위해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30%에서
50%로 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외국자본의 엑소더스는 계속됐고 이번주 첫장이 열린 25일에는 주가가
또다시 5%이상 폭락했다.

국채수익률은 45%선에서 50%까지 치솟았다.

올들어 러시아 주가는 40%가까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2년간 세계 최고의 활황을 구가한 러시아 증시가 올들어선 인도네시아
다음가는 최악의 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가폭락의 직접적인 이유는 인도네시아 사태다.

개도국에서 국제자본이 빠져 나가리라는 우려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은
것.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러시아 경제자체의 취약성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현재 러시아의 경제지표는 국제투자가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도 남을
정도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고작 0.8%에 그치고 임금체불에 반발한 노동자들의
시위는 점점 격렬해져 사회불안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최고의 신흥 투자처로 각광받던 러시아에 대한 투자가들의
불신도 높아졌다.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력이
없는 상태다.

97년 중반 2백40억달러이던 외환보유고가 지난 4월말엔 1백55억달러로
급감할 정도로 실탄이 없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주된 수입원이 상당부분 깎여 나간 탓이다.

1천3백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의 이자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물론 러시아가 곧장 금융위기에 휩쓸릴 것이라고 단언하긴 이르다.

1천3백억달러 외채중 상당부분은 만기가 2002년으로 여유가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키리옌코 총리는 초긴축 정책을 선언하면서 단기외채를 장기채로
전환시키기 위해 IMF에 긴급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도 중단했던 자금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옐친 대통령도 "금융시장의 몰락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비방은 제시되지 않고 있고 금융시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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