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 주말 잠시 안정기미를 띠었던 아시아 외환시장은 루피아 폭락등으로
심하게 요동쳤다.

증시에서도 주가가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또 아시아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날의 시장혼란은 도쿄외환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

개장즉시 엔은 달러당 1백35엔 밑으로 떨어졌다.

심리적 하락 마지노선인 1백35엔이 깨지기는 지난달 6일(1백35.42엔)이후
처음이다.

인니에 대규모 채권을 갖고 있는 일본금융기관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게 엔하락의 기폭제였다.

엔약세는 증시로 파급, 닛케이평균주가도 개장후 1백엔이상 떨어졌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그야말로 추락이었다.

지난주말 달러당 1만7백50루피아였던 루피아시세는 1만3천1백루피아로
수직 낙하했다.

하루 낙폭이 무려 21%나 됐다.

시장관계자들은 루피아가 조만간 달러당 2만루피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폭동시위로 외국자본이 철수하거나 더 들어오지 않아 인니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근거에서다.

지금까지 최저치는 지난 1월의 달러당 1만7천루피아였다.

이때는 고정환율제 도입여부를 놓고 인니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극심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이밖에 태국 바트화는 달러당 39바트에서 39.2바트로, 싱가포르달러는
미달러당 1.6433싱가포르달러에서 1.6542로 내려갔다.

홍콩과 대만달러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 내림세도 통화가치 하락세에 못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종합주가지수 는 심리적 하락 저지선인 4백선 아래로 밀렸다.

주가 하락폭은 3.9%에 달했다.

이밖에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의 주가도 일제히 1-2%씩 떨어졌다.

지난 주말 유혈사태가 극에 달했을 때 동남아 주가가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았떤 점을 감안할때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확한 판단을 못내리고 관망하던 주식투자자들이 이제는 나름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 동남아지역의 경제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와관련, 싱가포르에 있는 영국금융기관 IDEA는 인도네시아 사태로
이 지역 경제 전체가 경기후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