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자본이 속속 인도네시아를 떠나고 있다.

정정불안을 느낀 홍콩과 대만등 중국계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철수를
서두르고 있으며 새로 잡았던 계획은 무기한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버팀목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인도네시아 경제는 더이상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적인 화교기업인 샤림그룹.

시위대의 반중국계 폭동으로 최대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시위대들이 자카르타의 본사에 난입, "수하르토의
하수인"이라며 집기를 꺼내 불태웠다.

리엠 세 리옹회장은 18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더이상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만간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식품업체인 VE윙의 고위간부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하고 매력적인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반화교계 폭동으로 대만 투자가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VE윙이 이미 인도네시아 남부 수마트라의 향신료 공장에
4백90만달러를 투자해 놓은 상태이지만 국수공장 확장계획등 추가투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만 국영설탕회사도 자카르타의 백화점 방화로 5백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공장건설 계획을 포기했다.

중국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위안(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선 원자재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중국으로 돌아가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홍콩 중국기업협회의 한 소식통은 "회원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를 떠난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교기업의 이탈은 곧 인도네시아 경제의 회복 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디 소에사스트로 화교경제연구가(호주국립대교수)는 "이번 폭동으로
화교자본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마이너스 5%에서 마이너스 8-10%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카르타의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불안으로 화교자본이 루피아화의
투매에 나설 경우 루피아화는 달러당 2만선 아래로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한번 이탈하기 시작한 화교자본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카르타의 저명한 경제연구소 에코니트그룹의 라크사마나소장은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계
기업들이 타깃"이라며 "그동안 수하르토 정권과 사이좋게 지내며 사업을
키워온 화교자본들은 수하르토의 확실한 후계구도가 보장되지 않는 한
자본을 다시 들여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자카르타=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