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쇼크를 계기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 대한 국제통화기금
(IMF)의 경제개혁조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긴축 고금리정책에 수정이 가해질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징후가 이미 엿보이고 있다.

IMF의 정책개발.심의국장인 존 부어맨은 최근 "현재로선 인도네시아와
합의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제전문 APDJ통신은 이를 두고 IMF가 인도네시아 개혁프로그램을
수정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프로그램 수정과 관련한 논의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이번주중 IMF
심의단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사태를 직접 확인한 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IMF가 이처럼 일보 후퇴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개혁프로그램이 인도네시아의 유혈사태를 초래한 원인중 하나라는 국제적
비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혈사태의 도화선이 된 유류보조금 철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IMF의
초긴축요구에 따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보조금 철폐로 기름값은 한순간에 70%나 올랐다.

여기에다 역시 보조금철폐로 밀가루값과 전기료등이 한꺼번에 치솟자
시민들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IMF가 손질할 가능성이 높은 부문은 긴축재정 부분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8일 IMF는 인도네시아의 재정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2%를
넘지 못하도록 못박았었다.

앞으로 IMF는 인도네시아의 재정적자폭을 다소 확대, 정부보조금을 부분적
으로 원상회복시킬수 있는 여지를 줄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최근 유류보조금철폐조치를 철회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
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IMF도 인도네시아 정부에 유류 전기 등에 대한 정부보조금지급을 단기간에
철폐하라고 한 적은 없다는 점을 해명하고 있다.

이는 IMF의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IMF 비판론자들은 인도네시아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자
일제히 IMF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아시아의 "빅마우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인도네시아 사태는
"둔감한" IMF가 요구한 급격한 가격인상에 원인이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도 보조금을 중단하면 이는 폭동을
일으키도록 선동하는거나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도 "IMF 개혁프로그램이 동남아 금융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인도네시아 사태는 전적으로 IMF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20일 세계무역기구(WTO) 제2차 각료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연설을 통해 "IMF 무용론"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적 비판이 들끓자 미국이 진화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임스 루빈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소요사태는 IMF의 엄격한 경제
개혁 요구 때문에 촉발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톰 다슐 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도 "IMF의 개혁 프로그램은 그리 가혹한
것 같지 않다"며 "인도네시아 정치지도자들이 개혁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발론을 폈다.

< 김수찬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