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 출범이 비즈니스계에 예측불허의 거대한 폭풍을 몰고오는 중이다.

기업들은 근로자 채용, 재무관리, 물류망구축, 조달, 가격정책 등 크고
작은 분야에서 전면적인 개혁을 강요받고 있다.

하청 납품으로 연결되는 업스트림부터 생산에서 물류로 연결되는 다운
스트림까지 발빠른 기업들은 이미 자기변신에 착수해 있다.

유럽 최대 타이어 회사인 미셀린은 최근 유럽내 물류 거점 2백개중 1백80개
를 폐쇄했다.

제약사인 노바티스 역시 중복된 영업거점의 통합에 들어갔고 도요타 역시
유럽에 흩어져 있는 공장들을 한군데로 끌어모으는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국경없는 직배와 통합"이 이들이 생각하는 유러경영의 새로운 키워드다.

에릭슨 등 북구의 통신기기회사들은 요즘 대거 스페인으로 자리를 옮기는
중이고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와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주변에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멘스 베링거인겔하임 등은 남유럽으로 남하중이고 프랑스 기업들은
세금과 인건비가 낮은 아일랜드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들에겐 "기업이민(컴퍼니 이미그레이션)"과 "산업 지형학(인더스트리
머팔러지)"이 새로운 경영교리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관련 소프트 산업과 생명공학(바이오 텍), 이동통신의
3대 분야가 "유러"에 힘입어 획기적인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단언
하고 있다.

산업지도 역시 새로 그려져 고도기술 산업은 프랑스 독일등 선진 지역에서,
전통 제조업은 스페인등에서 새로운 기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파리대
생 에티엥교수).

기업경영자들은 특히 유러 단일 통화로 표시되는 가격전쟁이 기업들에 피를
말리는 원가혁명을 요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럽협회 조사에 의하면 그동안 자동차는 50%, 의약품은 25%까지 지역에
따라 가격차가 났지만 이같은 가격차는 필연코 붕괴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
된다.

"기업들에 요구되는 가격투명성은 향후 수년동안 수천개 유럽기업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갈 것"이라고 프랑스 인시드연구소의 조나단 스토리교수는
말한다.

반면 기업간 인수합병(M&A)도 필연적인 것으로 지적된다.

유럽지역 M&A는 지난해 3천8백40억달러(5천2백50개사)였으나 향후 수년동안
매년 적어도 5천억달러 이상의 M&A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혼전의 과정에서 퇴출하는 기업이 적지 않겠지만 살아남는 기업은 세계
최강이 될 것이다(키웨이 테크놀로지사 프란시스 데크레르크 회장).

유러출범에 대한 세계 다국적기업들의 대응은 이미 "진행형"이다.

일부는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있다.

< 정규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