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빵가게를 경영하는 로게 옥타프씨 부부는 2주일에 한번꼴로
프랑스 북부도시 릴을 찾는다.

카르푸와 함께 프랑스의 3대 유통업체인 "오샹"에서 장을 보기위해서다.

이 부부가 국경을 넘으면서까지 오샹을 찾는 이유는 벨기에에 비해
물건값이 싸기 때문이다.

실제 1.5l 짜리 코카콜라 한병값도 무려 1달러나 차이가 난다.

2주일치 먹거리를 한꺼번에 사면 기름값을 빼고도 적잖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8개월만 지나면 이 노부부는 굳이 국경을 넘으면서까지 장을
보러 갈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99년1월 유러 출범으로 나라마다 천차만별이었던 물건값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해 결국에는 비슷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유러"라는 단일통화로 병행 표시돼 바로 가격비교가 가능해져 유통업자들이
함부로 폭리를 취할 수 없게되는 게 그 이유다.

유러 출범은 이처럼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상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소비생활 노동시장 등에는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인들의 소비생활이 윤택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통화의 등장으로 물건값이 전반적으로 하향 균등화되기 때문이다.

높은 부가가치세, 유통업자간 가격담합, 점포영업시간제한 등 그동안
소비자들을 괴롭혀왔던 부당한 거래관행도 사라지게 된다.

국경을 초월한 기업의 영업활동이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이전에 비해 보다
다양한 양질의 물건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새롭게 형성된다는 얘기다.

덕분에 개인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중 개인소비는 전년동기대비 2% 늘었다.

유럽연합(EU)회원국들이 유럽통화동맹(EMU) 참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자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브뤼셀소재 방크 브룩셀 람버트의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틴 반덴베르겐은
"유러화도입으로 개인소비가 추가로 2% 늘어나며 이는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살아 남기위해 대규모의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실직자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러 출범 첫해인 99년에만 EU 전체근로자의 5%인 2백만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 김수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