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합중국"의 기공식이 열리던 지난 주말 런던외환시장.

독일 마르크화가 달러당 1.77마르크를 기록했다.

EU정상회담이 열리자마자 순식간에 1% 가까이 절상됐다.

초기가입국으로 결정된 11개국의 화폐가 대부분 그랬다.

합중국 탄생의 축복메세지였다.

이 무렵 도버해협 건너편 브뤼셀의 정상회담장.

이곳 분위기는 좀 달랐다.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중앙은행(ECB)총재직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가까스로 네덜란드 출신의 뒤젠베르그 유럽통화기구(EMI)의장을 총재로
선임했지만 한차례 회의가 정회되는 갈등을 겪은 후였다.

합중국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신호였다.

금세기 최대의 경제실험인 유럽경제합중국은 이렇게 기대와 우려속에
태어났다.

통화교환비율과 초기참가국들은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유러화라는 옥동자를 세상에 내놓기 위한 유러안정화협약도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반변에 ECB총재 선임을 둘러싼 합중국 양대기둥(독일과 프랑스)의 마찰은
심각했다.

이번 회담으로 유러를 엔진으로 얹은 유럽합중국호는 되돌릴수 없는
항해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 앞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고 경제성장도 지속시켜야 한다.

손님(가입국)도 더 태워야 한다.

합중국호가 어려움속에서도 계속 전진할 것이라는 게 대세지만 항해도중에
암초에 부딪쳐 "제2의 타이타닉호"가 될수 있다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회의론자들은 합중국호의 앞길이 "불확실성" 그 자체라고 진단한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어떤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올지 불안하다고 지적한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한발짝도 내디딜 수 없어 영국은 유러도입을 보류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재무장관이 회담장에서 한 이같은 발언은 유러의 장래를
함축한다.

우선은 유러도입국(유러랜드)들의 긴축정책 의무화가 난제다.

유러안정을 위해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줄여야 하는 긴축정책은 경기침체를
초래, 실업자를 양산시킬 우려가 높다.

또 나라마다 경기사이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언어와 세제 노동법등 문화.정치적 차이도 복병이다.

언어장벽으로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이 어렵고 서로 다른 세제와 노동법은
유럽을 완전한 단일시장으로 만드는 데 걸림돌이다.

이밖에 유럽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수출확대를 위해 환율을 조정할수 없는
것도 단일통화체제의 한계로 보고 있다.

이들은 회원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긴급자금지원 등 비상수단을 마련해
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이에따라 각국은 실업사태 등 내부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재정건전화 노력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렇게 되면 유러화는 안정성과 신뢰도를 잃고 유럽대륙의 통화통합은 한낱
실험으로 끝날수도 있다.

결국 유럽합중국호의 순항여부는 앞으로 각국 정치지도자들과 유럽중앙
은행의 역량에 달려있다.

지도자들은 끝까지 상호 정책을 조율하고 협력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성장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금리와 통화정책의 조화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유러안정은 정치권으로부터 중앙은행이 얼마나 독립할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앞으로 유러가 실생활에 쓰이기 시작하는 2002년까지 3~4년이 고비다.

이 기간중 유러화 초기도입국들이 안정성장을 달성하면 영국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도 유러랜드에 입성하게 될 것이다.

출발은 산뜻했지만 3년쯤 지나야 성공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