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기업을 사들이는 M&A(기업인수및 합병)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경영실적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미국 증시의
초호황으로 주가가 대폭 뛰어오르자 아예 "골리앗사냥"에 나선 것이다.

이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일거에 삼키던 종래의 M&A와는 정반대
양상이어서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LA투자은행 계열사인 머저스태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난 전체
M&A(금액기준 6천5백70여억달러)중 이같은 M&A 사례는 22%(1천4백20여억달러)
에 달했다.

증가속도도 전체 M&A보다 6배이상이다.

올들어서는 퀘스트커뮤니케이션즈인터내셔날이 LCI인터내셔날을
44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퀘스트는 이번 인수건이 성사될 경우 미국내 4대 장거리통신사업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인수당한 LCI의 연간 매출은 퀘스트의 7억달러보다 두배 이상 많은
16억달러에 달했다.

쓰레기처리회사인 USA웨이스트서비스가 지난달 웨이스트매니지먼트를
1백50억달러에 인수하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USA웨이스트의 연간 매출은 28억달러로 웨이스트매니지먼트(92억달러)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작년에 있었던 월드콤의 MCI 인수도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들 회사의 연간 매출을 합하면 총 2백80억달러가 되는데 이중 월드콤의
매출은 30%밖에 안됐다.

이런 M&A는 기본적으로 미국 증시가 초호황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견실한 중견기업이 주가상승으로 여유자금을 확보할수 있었고 경쟁관계에
있는 큰 기업과 갭을 좁힐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인수가 성공하느냐는 별문제다.

뉴욕로펌인 듀이발렌타인의 모튼 피어스 M&A팀장은 "중견기업들이 새로
인수하는 자산을 운영할수 있는 경영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느냐가 성공적인
인수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또 갑자기 증시가 폭락할 경우 인수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되고 말 위험도
있다.

그동안 이들 기업의 인수계획이 너무 공격적이었다는 시각도 있었다.

결국 문제가 터지면 주주들에게 큰 타격을 안겨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몇몇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중견기업은 공격적인 M&A에 나설수 밖에 없다.

<장규호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