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자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반덤핑의 칼을 빼들어서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초 대만 S램 업체들에게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미국이 문제삼은 것은 대만업계의 임금지급방식.

주식을 액면가로 종업원에 내주는 방식으로 임금 지출액을 줄여 생산원가가
낮게 계산되도록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대만 하이테크업계가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이라는 점.

경우에 따라서는 하이테크 산업 전체가 반덤핑의 올가미에 엮일 수 있다
뜻이다.

대만정부와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대만에선 종업원들이 액면가로 회사 주식을 사고 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세금도 안붙는다.

주가가 높은 회사 종업원들은 많게는 10배이상의 이익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의 임금장부에는 최초에 내준 임금만 오른다.

생산원가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제품을 싸게 판매할 수 있는 여유는 이렇게 생겨난다.

미국측의 주장은 대만이 사실상 임금을 간접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원가를 위장해 싸게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덤핑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생산원가 계산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만측은 미국업계가 흔히 채용하고 있는 스톡옵션이나 다를 게
뭐냐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완강하다.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사실상 임금지급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미국의 강공에는 대만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가제품을 더이상 놔두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대만 전자제품은 값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서 "메이드 인 타이완"은 나름대로 성가가를 구축해 농은
상태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주기판(마더보드)분야에서는 세계 1위(58%)의 셰어를
확보했다.

D램분야에서도 한국을 추월하겠다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이 보기에 부담스러울만큼 크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의도는 대만의 저가제품 공급통로를 막아버리겠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의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업체는 반사이익도 기대해 볼수 있다.

특히 이번에 대만을 처음 걸고 넘어진 게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90년대초 한국반도체를 반덤핑의 수렁으로 몰았던 장본인.

한때는 "원수"처럼 여겨지던 회사가 한국을 대만의 추격권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조주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