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국세청(IRS)과 기업들간의 과세논쟁이 뜨겁다.

IRS가 기업 해외지사의 이자소득에 세금을 물리려 하자 기업들은 정상적인
절세노력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IRS는 지난 3월23일 기업들의 해외지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미국기업들이 해외에 두고 있는 "하이브리드(hybrid)지사"와
본사간의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지사는 "혼성지사"라는 뜻.

어떤 해외지사가 본사에 딸린 하나의 지사로 취급될수도 있고 전혀 별개의
독립기업(corporation)이 될수도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현행 세법에는 본사와 지사간에 발생하는 대출이자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

IRS는 기업들이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 해외지사를 탈세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포드자동차는 케이만군도에 해외지사를 갖고 있다.

케이만군도는 세금이 없는 세금천국.

포드자동차는 케이만군도의 해외지사를 순수한 지사로 삼든지 독립법인체로
규정하든 마음대로 할수 있다.

지난 96년 IRS가 도입한 "체크더박스(check-the-box)규정"덕분이다.

이 규정은 기업들이 세금문제와 관련해 해외지사의 성격을 독립기업, 지사,
파트너쉽중 마음대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드자동차는 케이만군도의 해외지사로부터 1억달러를
빌어 왔다.

이 지사는 현지에서 연3%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 이 돈을 본사에
대출해 주었다.

본사에 대한 대출금리는 미국내 금리에 준해 연9%로 정했다.

그러면 본사는 지사에게 연간 9백만달러를 이자를 지불하고 지사는
이 이자를 받아 현지은행에 3백만달러의 이자를 내고 나서도 6백만달러의
이자소득이 생긴다.

그러나 케이만군도는 세금이 없는 곳이어서 한푼도 물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문제(탈세)가 발생한다는 게 국세청의 시각이다.

미국본사는 해외지사에 지불한 이자를 금융비용으로 처리, 세금감면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본사가 해외지사에 지불한 이자중 일부는 기업전체로 볼때
금융비용으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금감면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차액(포드자동차의 경우 6백만달러)만큼의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게 IRS의 논리다.

이 규정은 미국의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의 현지법인도 상당히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국세청의 이같은 조치에 모든 기업들이 이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이 하이브리드지사 과세규정이 도입되면 배당금 로열티
임대수입등에 대해서도 IRS가 세금을 물리려 들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규정이 발표되자 곧장 의회에 로비,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상원재무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이 규정에 대해 "6개월 집행유예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유예안은 내달 상원본회의에서 가부가 결정된다.

기업이익과 국가조세수입 확대의 중간에 끼여있는 의회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