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다.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가 보편화되고 각종 정보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은 차세대 인터넷을 개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금보다 1천배나 빠른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이 실용화될 경우 인류의 삶은 또한번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인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 개발현황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짚어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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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는 지난 14일 두개의 주목할만한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앨 고어 부통령의 기자회견.

다른 하나는 미국 대학의 첨단인터넷개발협의회(UCAID) 정기모임이었다.

장소와 주체는 달랐지만 주제는 하나였다.

차세대 인터넷을 개발하겠다는 것.

앨 고어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학 기업 정부가 공동으로 6억3천만달러를
쏟아붓겠다는 내용의 차세대 인터넷(NGI:Next Generation Internet)개발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또 UCAID는 올해말까지 대학간 차세대 인터넷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행사를 두고 "인류의 "인터넷 문명기"가 개화하기
시작했다"고 떠들었다.

차세대 인터넷이 실용화될 경우 삶 자체가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게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로운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는 문자의 발명이나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
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세대 인터넷은 정보전달 속도가 지금보다 1천배나 빠른 초고속 인터넷을
말한다.

1초에 2.4기가바이트(GB)의 정보를 실어낼 수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30권(9만여페이지)에 들어있는 자료를 1초안에 받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송속도가 1천배나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체증이 없고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보낼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인터넷은 한번에 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인터넷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같은 변화는 무한한 응용분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의사는 수천킬로 떨어진 별장에 앉아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 환자의 심장박동 모습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진료할 수 있게 된다.

진료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상전문가도 인터넷으로 1초가 다르게 변하는 기상정보를 주고받으며
태풍의 발생지점과 예상진로 등을 공동 연구할 수 있다.

화상정보 등의 해상도는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NGI는 그동안 발명됐던 어떤 통신수단보다 진보한 차세대
통신채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인터넷 개발전략은 2단계로 나뉜다.

우선 학계가 추진중인 "인터넷2 프로젝트"를 정부와 기업이 적극 지원해
완성한 뒤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인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

인터넷2 프로젝트란 미국내 1백22개 대학및 연구소들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터넷과는 별도의 새로운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터넷망의 이름은 "애블린(Abilene)".

애블린은 차세대인터넷에 앞서 미국대학들 간에 우선적으로 구축되는
학술망인 셈이다.

애블린은 지난 96년10월 기존 인터넷이 안고있는 격심한 체증과 보안
문제로 더이상 인터넷을 믿고 쓸 수 없게 된 33개 대학이 별도의 인터넷망을
구축하자는데서 시작됐다.

실제로 현재의 인터넷은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엄청난 체증을 유발하고 있다.

해커들이 대거 인터넷망에 나타나 활동하는 바람에 전문가들조차 마음놓고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대학만이라도 안전하고 빠른 새로운 인터넷망을 연결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들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UCAID를 구성했다.

회장에는 미시간대학의 더글러스 밴 후엘링 교수가 선출됐다.

후엘링 교수는 "지난 60년대 군사및 학술용도로 인터넷이 처음 구축되기
시작했을 때처럼 인터넷의 실용성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1백22개 대학및 연구소, 25개의 파트너 기업, 12개의
비영리 연구단체, 그리고 미 정부가 참여하고 있다.

미 정부의 구상은 애블린을 완성한 뒤 NGI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것.

이를 위해 우선 올해 8천만달러를 지원한 뒤 향후 5억달러를 더 투입할
계획이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첨단방위계획연구소(DARPA)도 5천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DARPA는 지난 60년대 "아파네트(APARNET)"란 이름으로 처음 인터넷망을
구축한 바로 그 기관.

애블린 구축에 산.학.연이 손잡고 나선 셈이다.

미국의 NGI 구축사업을 지켜보는 세계 각국의 반응은 다양하다.

"인터넷 종주국답게 역시 일사불란하게 완벽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간다"
며 부러워하는가 하면 "21세기 세계 정보시장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야심이
한발자국씩 착착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듯 싶다.

미국은 2002년까지 3천억달러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상거래
(EC)에 매겨지고 있는 관세와 부가세를 없애자고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인터넷 분야에서 워낙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역시 자유무역거래
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구축되는 새로운 경제체제에서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의도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유럽연합(EU)및 일본 한국 등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터넷 기반시설이 미국에 뒤져 대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절박감 때문
이다.

< 박수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