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7 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회복을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미국 재무부 대변인이 발표했다.

이는 엔화가 확실히 안정을 찾는 데는 미흡한 수준이지만 양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공조체제를 취할 가능성을 높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양국의 장관은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함께 모니터링
하면서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마쓰나가 장관이 엔화약세에 우려를 표하자 루빈 장관도 이를 수긍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국 재무장관이 이같이 합의했으나 시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조체제를 취할 것인지 인식차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시장개입을 통해 엔화가치를 회복시키자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이나 독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일본의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을
통해 엔화회복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등 나머지 선진7개국(G7)이 일본과 함께 시장에 공동개입하지
않는한 엔값이 제대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주장의 배경엔 일본이 엔화회복에 필요한 경기부양책을 썼기 때문에
이젠 다른 나라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마쓰나가 히카루 일본대장상은 15일 일본이 16조엔규모의 경기대책으로
경제회복 발판을 마련한 만큼 주변국들이 도와주면 엔약세 문제는 즉각
해결될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IMF가 올해 일본경제성장률을 "제로"로 예측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대책에 힘입어 일본경제는 올해 최소한 1-2%의 성장은 가능하다"면서
이 정도면 엔화가 더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경기부양책과 동시에 G7이 다함께 달러매각.엔매입을 통해 시장개입
에 나서면 엔화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미국 재무관리들과 IMF 지도부가 일본의 조세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채 감세확대 등의 추가 경기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본국에서도 지원사격을 했다.

대장성의 구로다 하루히코 국제금융국장은 기자들을 만나 "현재로서는
미국과 독일등이 일본과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게 고달러를 시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일본 입장에 대해 미국과 독일 IMF등은 고개를 갸웃한다.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은 "일본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엔화 회복의
절대적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보다 강력한 경기대책을 펴 내수중심의 성장체제를 갖춰야만 엔화가
지속적으로 회복될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위기를 빠른 시일내에 극복하려면 엔화가 더이상 평가절하되서는
안되지만 그 해결책을 시장개입에서 찾으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테오 바이겔 독일재무장관도 루빈장관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는 시장개입으로는 엔화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미셸 캉드시 IMF총재도 "엔화 회복을 위한 급선무는 일본이 경제구조를
철저히 개혁하고 시장을 더 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술 더 떠 일본의 경기부양책은 충분하지 않으며 빅뱅 이상의 금융개혁 등
일본정부가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지적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다.

결국 일본과 미국 등은 엔회복이라는 목표는 같으나 목표달성 방법에서는
견해차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시장개입을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미국과
IMF는 여러개의 필요조건중 하나로만 보고 있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