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금융기관 합병열풍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시티코프.트래블러스를 비롯한 미국 금융기관들의 초대형 합병에 자극받은
결과다.

대형금융기관뿐만아니라 중소규모의 금융기관들까지 합병논의로 분주하다.

이에 따라 합병설이 나도는 관련회사의 주가가 연일 상승, 유럽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먼저 유럽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독일 거대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짝짓기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프랑스 보험그룹인 AXA, 스위스 거대은행인 크레딧스위스, 미국 JP모건
등이 유력한 "배필"로 거론되고 있다.

합병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14일에도 전날보다 1.35마르크가 오른 1백52.75마르크로 장을 마감했다.

세계 12대은행인 크레딧스위스는 도이체방크외에 독일 BHF방크와도
합병얘기가 오가는 중이다.

BHF방크가 투자금융과 외환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스위스크레디로선
놓치기 아까운 "물건"이다.

영국의 HSBC홀딩사는 도이체방크의 유력한 합병파트너인 JP모건과 미국의
웰스파고은행을 상대로 합병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합병대열에는 군소은행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은행인 방코 암브로시아노 베네토와 카리플로은행이 대표적
경우다.

이들은 같은 지주회사에 소속돼있으면서도 그동안 별도회사로 운영돼왔으나
이제 합병작업에 들어갔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합작은행인 포티스도 제너럴방크와의 합병을 위한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이 두 은행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합병논의가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최근 확인했다.

아일랜드의 거대은행인 얼라이드 아이리쉬 뱅크와 뱅크 오브 아일랜드간
합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미국 금융기관들이 지금처럼
합병을 계속할 경우 미국시장에서 현재의 규모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유럽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메가머저와 유럽통화통합
(EMU)이 절묘하게 맞물려 유럽에서의 금융기관 합병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대 단일시장규모에 걸맞게 금융기관들도 하루빨리 대형화를 이뤄야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합병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라는 얘기다.

< 김수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