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폭락을 계기로 일본정부에 대해 추가적인 경기부양대책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일본경제 침체로
엔화가치와 국제신뢰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우리는 일본이
보다 과감한 경기부양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이같은 발언은 일본경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미 행정부 입장표명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또 "현재 일본내에서는 성장과 규제완화를 선호하는 기업계와 이에
반대하는 정부 관료들 사이에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과거에
통했던 관주도의 전략이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본의 관료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리언 브리튼 유럽연합(EU) 무역담당위원도 이날 런던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기업인 포럼"에서의 연설을 통해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항구적이고도
실질적인 감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일본이 이 문제를 신중히 고려중인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한 후 "하지만 고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앞서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지난 3일 워싱턴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경기부양을 실현하려면 조세감면정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
했었다.

또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도 최근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총리와의
면담에서 수조엔 규모의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조치를 촉구하는 등 일본에
대한 경기부양 압력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기부양 문제는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열릴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관련,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엔화쇼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
경제의 내부모순"이라며 "일본이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회원국들이 적극
촉구하자는게 이번 모임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 임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