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한때 9천포인트를 넘어서는 기록이 수립된 지난 3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는 8개 기업이 새로 상장됐다고 발표했다.

이중 2개사는 외국 기업이다.

중국 산둥성에 본사를 둔 얀저우 석탄개발공사와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정유회사 O. A.타트네프트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로써 NYSE 상장업체가 3천67개로 늘어난 가운데 외국계 기업은 4백30개
업체로 세를 넓혔다.

캐나다와 영국이 각각 70개와 68개사에 달하는 것을 비롯, 아프리카의
가나와 라이베리아에 이르기까지 5대양 6대주의 45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한국에서는 포항제철 한국전력 SK텔레콤 등 3개사가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상장돼 있다.

"빅 보드(The Big Board)"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NYSE가 요즘 부쩍 강조
하고 있는 "세계의 주식이 이곳에 수렴된다(The world puts its stock in
us)"는 표어가 결코 과장만은 아님을 알수 있다.

그 힘의 원천은 이곳으로 유입되는 막대한 투자자금이다.

NYSE에 등록돼 있는 총 주식수는 2천1백73억주(주), 싯가총액이 무려
12조5천억달러에 달한다.

"매머드" 덩치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움직임은 가뿐하기 그지없다.

다우존스 지수가 95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20%이상 치솟는데 이어
올들어서도 불과 석달 남짓한 사이에 14.6%나 상승했다.

NYSE에서 작년 한햇동안 거래된 주식수는 자그마치 1천3백33억주.

세계 두번째로 거래량이 많다는 일본 도쿄증권시장의 배를 넘는다.
(리처드 그라소 NYSE회장)

지난 1790년 연방 정부가 영국과의 전비 8천만달러를 해결하기 위해 발행한
"독립전쟁 채권"이 월가 부근의 시장과 커피숍에서 거래된 것이 NYSE의
효시다.

1792년 정식 출범의 닻을 올렸을 당시 상장업체는 단 5개사에 불과했다.

월가의 저자거리에서 출발했던 NYSE는 오늘날 벤처기업 위주의 점두 시장인
나스닥(NASDAQ)과 뉴욕 아메리칸 증권거래소(ASE)를 비롯, 보스턴 신시내티
시카고 퍼시픽(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등 모두 7개의 "자매 증권거래소"
로 가지를 뻗쳤다.

이들 8개 증권거래소는 지난 78년부터 인터마켓 트레이딩 시스템(ITS)이라
불리는 전자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주식 거래를 연결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기업들의 "선호 1순위"는 물론 NYSE다.

"NYSE 상장업체"라는 명함은 국제적 신용의 증표로 통한다.

이 NYSE에 상장된 국내 기업이 단 3개사,그것도 민간 기업은 SK텔레콤
하나뿐이라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주창해온 "글로벌화"가 한낱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반증한다.

일본의 경우 마쓰시타전기 히타치 소니 혼다 도쿄미쓰비시은행 등 간판
기업 11개사가 NYSE 명함을 갖고 있다.

후발국인 중국도 9개나 된다.

필리핀도 한국과 같은 3개사가 상장돼 있다.

한국의 내노라 하는 간판 기업들이 NYSE에 상장을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엄격한 기준에 맞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NYSE에 둥지를 틀려면 일정 수준의 순익을 내야 하고, 주식이 투자자들에게
폭넓게 분산 소유돼 있으며,경영 구조가 투명해야 한다.

한 푼의 외환이 절실한 요즘,한국의 대기업들이 구조 개혁을 서둘러 "세계
의 자본 젖줄"로 자리를 굳힌 NYSE에서 달러를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