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메이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 NEC 등 세계 1, 2위 업체들이 64메가D램의 생산량을 확대하는
한편에서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등 중위권 업체들은 거꾸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선두그룹의 공세에 밀려 중하위원 업체들은 불가피한 "퇴각"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과 NEC가 증산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가지.

첫째는 2위그룹을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달초 64메가D램의 가격은 개당 15달러.

지난해 이맘때는 개당 80달러까지 나갔었다.

그야말로 곤두박질쳐왔다.

이런 상황인데도 삼성과 NEC는 이달 중순 공급물량을 오히려 늘렸다.

가격은 당연히 폭락하고 있다.

최근 현물시장에서 64메가D램 가격은 개당 10달러 밑으로 내려섰다.

삼성과 NEC가 가격을 끌어내린 데는 버틸수 없는 업체는 일찌감치 포기
하라는 위협이 숨어있다.

반도체에서 이익을 내느냐는 여부는 수율이 결정한다.

수율은 제조기술이 있어야 높아진다.

가격이 이렇게 낮은 상황이라면 제조기술이 없는 업체는 만들수록 적자폭이
커지게 돼 있다.

메이저업체들이 2위권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몰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미쓰비시전기가 13년만에 생산라인 3개를 폐쇄하고 64메가D램 공급량을
줄이기로 한 것이나 히타치가 감산방침을 발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가격 하락은 특히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입해 아직 걸음마단계인
대만 업체들에는 직격탄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증권회사인 스미스바니는 미국의 유일한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삼성과 NEC 두 회사의 전략적 증산을 시장굳히기를 위한
"라이벌간의 협력"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메이저들의 증산에는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삼성과 NEC가 증산키로 한 분야는 모두 64메가D램중 고급제품인 싱크로너스
반도체.

인텔이 5월께 차세대 PC규격으로 내놓을 PC100에 대응할 제품이다.

시장의 주력상품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두 업체가 싱크로너스의 생산을 본격화한 것은 바로 이 시장을 노려서다.

이 제품은 기술이 있는 업체라도 적정 수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달씩
공장을 돌려야 한다.

삼성과 NEC는 싱크로너스 시장 석권을 위해 이미 수율 높이기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과 NEC의 선두다지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두 라이벌간의 협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관심거리다.

<조주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