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진정되어 가던 아시아금융위기는 다시 폭발할 것인가.

위기의 뇌관격인 인도네시아의 홍콩식 고정환율제 도입선언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즉각 거부하자 아시아위기의 재연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주요 증시가 주초부터 폭락양상을
보이고 동남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동남아 5개국 중앙은행총재들은 역내무역에 달러가 아닌 자국통화로
대금을 결제토록 하는 "특별대책반"을 구성키로 합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위기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 배경 =홍콩식 고정환율(페그)제 도입이라는 환율안정을 위한
인도네시아의 승부수가 먹혀들지 않는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주말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인도네시아가 경제개혁 의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다면 구제금융을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환율고정을
위한 통화위원회제도에 대해 반대한다는 IMF의 입장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가 적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해 제도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선거폭력과 물가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어우러지면서 지난 2주간
자바섬등지의 20여개 마을과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나 현재 사상자가 2백50명
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정국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 시장상황 =아시아 주요국 증권시장이 주초 폭락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이틀째 폭락했으며 홍콩 항셍지수도 3.2%
떨어지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0,000선이 무너졌다.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도 대부분 폭락세를 면치못했다.

통화도 마찬가지.

고정환율제발표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며 지난주말 달러당 8,200까지
상승했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10,000루피아를
넘어서는 등 약세를 주도했다.

싱가포르 달러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도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 파장 =중국 위앤화의 평가절하여부에 따라 파장의 강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동남아통화폭락으로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중국이 위앤화를 평가
절하할 경우 세계경제는 "제2의 아시아쇼크"로 재기불능의 충격을 받을
가능성까지 있다.

위앤화의 평가절하가 없다해도 아시아위기의 확산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의 경기위축과 실업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의 실업률의 벌써 전후 최대로 치솟고 있고 미국도 1백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워싱턴 경제정책연구소)된다.

<육동인.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