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기채무를 장기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JP모건사.

최근의 아시아위기상황에서 미국의 증권투자은행인 모건이 경쟁사들보다
앞서서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고 나선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다.

아시아투자비중이 메릴린치 모건 스탠리등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컸던
모건사는 아시아금융위기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의 단기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유감스럽게도 모건사측의 이같은 적자만회 노력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
인 것으로 많은 금융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모건사는 1백년이상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요즘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계 "빅5" 증권투자은행 가운데서 자기자본수익률이 가장 저조하다.

경쟁사들의 주가(스탠더드&푸어스 머니지수)가 지난 7년동안 평균 4.5배
오른데 반해 모건의 주가는 불과 50% 상승하는데 그쳤다.

모건측은 지난주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인수의사를 비쳤을때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은 모건이 처한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연 홀로서기로 증권투자은행계의 선두그룹에 끼여 살아남느냐, 아니면
선두대열에서 탈락, 시중은행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모건사의 위기는 10년전 증권투자업무에 뛰어들면서 비롯됐다.

모건의 증권업 참여는 증권사들이 회사채발행업무를 독점하면서 시중은행들
의 본업인 은행대출 비즈니스가 큰 차질을 빚게된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모건의 실패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지도 않았고 투자업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무려 1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물론 모건은 증권투자업무에 진출한지 10년도 안돼 신디케이트 론(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대출해 주는 형식) 업무에서 2위, M&A(인수합병)
자문 증권 투자인수업무에서 6위에 기록되는 등 놀랄만한 실적을 올린 것도
사실이다.

증권투자은행 10위권에 들기는 쉬워도 메릴린치 모건 스탠리 시티은행
체이스 맨해튼 SBC 등 "빅5"와 경쟁할수 있는 선두권 대열에 참여하기란
모건의 현 경쟁력을 감안할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우선 모건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신디케이트 론 마켓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과다경쟁은 수수료인하가 불가피해 수익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미국 증시붐으로 기업들은 신주발행을 기피할게 뻔해 기업에 대한
대출규모가 줄어들수 밖에 없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푸어스사가 최근 모건사
신용등급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모건사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들 신용평가사가 모건사 신용등급 조정검토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모건의
아시아투자비중이 과중하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모건사의 장기수익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리스크가 높은 곳에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했다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트리플 A"인 모건사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경우 모건사는 치명적
인 타격을 입을게 확실하다.

워너 모건사회장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인식, 몸집이 작은 투자사나
로컬뱅크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로 모건이 증권투자은행의 선두 대열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건사는 도이체방크와 같은 거대은행그룹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대변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증권투자은행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 정리=이성구 런던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