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봉제완구시장에서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성공한 재미교포 사업가가
주목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무역업체 A&A플러시사의 임광식(58) 사장이다.

임사장은 특히 제조업이 아닌 무역업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대미수출
부진으로 신음하는 한국 봉제완구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임사장이 미국에서 봉제완구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말.

대한무역투자 진흥공사(KOTRA)로스앤젤레스 부관장직을 사임한지
1년만이었다.

그는 당시 상품이 양질이고 저렴하기만 하다면 바이어는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봉제완구의 수요가 미국내에서 날로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봉제완구 수입량(12억달러)이 4년전에 비해 2배나
증가한게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대로만 되지 않았다.

임사장은 미국 전역의 바이어들을 찾아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바이어들은 한결같이 생트집만 잡으려 하고 값은 절반 이하의 덤핑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그의 첫 순례가 완전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바이어들과의 접촉을 통해 주문이 대부분 산업전시장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임사장은 94년들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KOTRA재직당시의 산업전시과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내 53개 완구관련
전시회에 참가키로 했다.

"산업전시장은 상품을 선보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바이어들과의
접촉을 통해 실수요자들의 새로운 취향과 요구를 흡수해가면서 대량주문을
받는 곳이었다"고 그는 술회했다.

전시회참가가 거듭되면서 A&A플러시 봉제완구의 거래계약규모도 급증했다.

매출액은 93년에는 5백만달러였지만 94년 7백만달러, 95년 9백만달러, 96년
1천4백만달러, 97년 2천2백만달러로 4년만에 4배이상 증가했다.

임사장은 "완구쇼의 참가자들이 대부분 중국계 업체들이며 한국업체들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한국제품들이 중국제품들에 밀려 미국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의 영세업체들이 비용때문에 참가를 포기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원해서라도 참가해야만 미국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임사장은 또 봉제완구판매를 위해서는 충분한 상품재고를 소비시장 근처에
마련해두는 "스톡세일"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면 풍부한 물량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A&A플러시는 2천8백평의 대형창고에 상품 약 1천만점(5백만달러상당)을
재고로 보유하며 주문이 접수되면 10일 이내에 미국 전역에 배달이 가능하다.

상품의 디자인도 6백여종에 이른다.

임사장은 "현재 취급품목이 주로 동남아산이라는게 아쉽다"면서 "지난
88년까지만 해도 미국 수입 봉제완구시장의 95%가 한국산이었음을 고려하면
한국산이 미국시장을 얼마든지 재공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로스앤젤레스=양준용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